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MLB 메이저리그

[이창섭의 MLB스코프] 클리블랜드의 '똑딱이 야구'는 올해도 통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탬파베이 레이스 투수 셰인 매클래나한은 지난 시즌 중반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였다. 7월 중순 시즌 평균자책점 1.71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탈삼진 능력과 땅볼 유도 능력을 모두 갖춘 매클래나한은 무너뜨릴 적수가 없어보였다.

이러한 매클래나한에게 악몽을 안겨준 팀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였다. 7월 마지막 등판에서 매클래나한을 만난 클리블랜드는 힘없이 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회부터 집요하게 나오면서 매클래나한에게 4⅓이닝 5실점 패전을 안겼다. 매클래나한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경기 후 매클래나한은 "야구가 얼마나 겸손한 스포츠인지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날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공을 오래 지켜보지 않았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타구의 운마저 클리블랜드에게 따르자 매클래나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에 커트 신공까지 발휘하면서 매클래나한의 투구 수를 급격히 늘렸다(파울 타구 24개는 지난 시즌 매클래나한의 한 경기 최다 파울). 대포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투수가 소총에 무너진 것이다.

이 경기는 지난해 클리블랜드 타선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경기였다. 스트레이트 없이 훅만으로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강한 타구 신봉자들에게 '타격의 기본은 콘택트'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2년 전 클리블랜드는 뒤로 후퇴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10년 연속 5할 승률 시즌도 좌절됐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때마침 팀 이름이 달라지는 것도 절묘했다. 2013년부터 타격코치를 지낸 타이 반 버클레오가 물러나고 크리스 발라이카가 새롭게 부임했다. 발라이카는 1985년생으로 50대 후반의 버클레오와 세대가 달랐다.

2021년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세 번의 노히터를 당한 팀이 됐다. 타자들이 공을 맞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을 맞히기도 전에 아웃을 두려워했다. 발라이카는 타석에서의 접근법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로 뛰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라이카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지론은 '스트라이크존을 컨트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타구를 날리는 타격'을 강조했다. 이 두 가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어떠한 투수도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발라이카의 지론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타격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게 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유망주들이 많았던 클리블랜드에게 딱 어울리는 조언이었다. 선천적으로 파워가 떨어지는 타자가 리그 트렌드에 맞추려고 타구를 무작정 퍼올리는 건 위험한 시도다. 발라이카는 이처럼 무분별하게 남들을 따라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타자마다 가지고 있는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

발라이카의 색깔이 묻어난 클리블랜드는 이전과 다른 타선이 됐다. 타석에서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는데, 끈질긴 모습의 형태가 달랐다. 보통 끈질긴 모습은 공을 오래보는 것을 의미하지만, 클리블랜드는 공을 오래 지켜보진 않았다. 타석 당 지켜본 공의 개수가 3.86개로 리그 평균(3.89개)보다도 적었다.

대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공을 보는 것보다 공을 맞히는 데 주력했다. 치기 쉬운 공도 때려냈고, 치기 힘든 공도 때려냈다. 경기가 타격 훈련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 공에 대한 콘택트 비중이 85.3%로 전체 1위였다.

놀라운 건 아웃존 대응이었다. 존을 벗어나는 공은 타자에게 어려운 공일 확률이 높다. 어려운 공을 따라가는 비중이 높으면 당연히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하비에르 바에스가 있다. 투수가 어디로 공을 던져도 눈에 보이면 방망이를 돌리는 바에스는 아웃존 스윙률이 47.5%로 가장 높다. 이 마구잡이 스윙이 높은 헛스윙률로 이어졌다(35.8%는 전체 세 번째로 나쁜 기록).

클리블랜드도 아웃존 스윙률이 결코 낮지 않았다. 30.9%로 디트로이트(33.6%)와 시카고 화이트삭스(32.6%) 애틀랜타 브레이브스(31.1%) 다음이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앞선 세 팀에게 없는 무시무시한 콘택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웃존 공을 맞히는 비중이 64.9%로 가장 높았다. 방망이에 자석이 붙은 것처럼 공을 맞혔던 클리블랜드는 헛스윙률도 가장 낮은 팀이었다(21%).

클리블랜드 타선의 중심은 호세 라미레스다. 돈을 보고 떠나간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달리 라미레스는 팀을 보고 남은 클리블랜드의 기둥이다. 지난해 뛰어난 활약(타율 .280, 29홈런 126타점)으로 통산 4번째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라미레스만 있었다면 클리블랜드 타선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클리블랜드 타선의 변화를 주도한 선수는 바로 스티븐 콴이다. 지난해 데뷔한 콴은 달라진 클리블랜드 야구의 핵심이었다. 투수가 어느 곳에 공을 던져도 쫓아가서 공을 맞히는 타격은 달라진 클리블랜드 타선 그 자체였다. 높은 아웃존 콘택트 비중(79.6%)과 낮은 헛스윙률(9%)도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콴이 1번타자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클리블랜드 타선은 완성도가 높아졌다.

물론 약점도 명확했다.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하면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다. 클리블랜드는 인플레이 타구는 늘어났지만, 강한 타구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배럴 타구 비중이 전체 가장 낮았고(4.9%) 타구 속도 95마일 이상 타구의 비중도 가장 떨어졌다(33.1%). 타선의 파괴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모두가 홈런에 집착하는 시기에 클리블랜드는 콘택트에 몰입했다. 라이브볼 시대에서 데드볼 야구를 선보인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신선함을 불러왔다면 이번 시즌은 완숙함이 더해져야 한다. 파워와 정확성의 지나친 불균형은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클리블랜드만의 특색 있는 똑딱이 야구가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