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이야기] (42)
한게임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당했다고 찾아왔다. 최고의 IT 회사지만, 늘 신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제품 출시 후에도 출시한 게임이 이용자 불편 없이 잘 돌아가도록 개발자들은 밤낮 없이 일한다. 이 때문에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초과근무수당 일체를 월급에 포함하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현행 노동법에 명시돼 있는 제도는 아니지만, 법원 판례에 따라 활용되고 있고, 실제 많은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운영 중이다.
정부,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 대책 마련
포괄임금제는 원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나 업무 특성상 야간 또는 연장근로가 당연히 예정된 업무에서 주로 활용된다. 가령 외근이 잦은 기자, 노선버스 업종, 간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비 업종 등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 그런데 임금 산정이 편하다 보니 실제 일한 시간에 상관없이 포괄해 임금을 정하고 추가수당을 따로 지급하지 않아, 포괄임금제 때문에 ‘공짜 노동’이라는 말도 나온다.
워낙 엄격한 요건 아래 인정됐던 포괄임금제라, 판례상으로 유효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우선 포괄임금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여야 한다. 이런 회사들은 포괄임금 계약을 통해 실제 일한 시간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해 정해진 임금만 지급할 수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음에도 포괄임금제를 체결한 경우다. 위 게임 회사처럼 직원 출퇴근 관리가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이뤄지는 사무직군의 경우, 심지어 근로시간 관리가 가장 용이한 생산직군의 경우에는 포괄임금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때 고려해볼 수 있는 제도가 ‘고정 OT(Over Time) 제도’다. 근로기준법상 기본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초과근로시간은 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12시간 분에 한해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한 후 이를 기본급에 포함해 전체 임금을 정하는 방법이다. 물론, 회사 사정에 따라 매주 10시간을 고정 OT 수당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만일 직원이 어느 주에 12시간을 근무했을 경우 미지급된 2시간 분에 해당하는 초과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 체불이 된다.
실제 자문을 의뢰한 게임 회사의 경우 직원 출퇴근 시간 자체를 체크하지 않았다. 아마 많은 스타트업, 게임 회사, IT 회사도 비슷할 것이다. 초과수당 문제는 근로시간 관리와 맞닿아 있다. 근로시간을 체크하지 않으니 초과 시간을 알 수 없고, 그래서 초과수당을 산정할 수 없어 아예 처음부터 통으로 임금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을 아예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이 체크가 불가능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만일 포괄해 지급한 액수가 기본급에 실제 초과근로시간을 반영한 수당보다 적을 경우에는 임금 체불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회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관리하면서 기본급과 초과수당을 법에 따라 지급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직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두면서 대신 법에서 정한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모두 법정수당을 임금에 넣는 방식(주 12시간의 고정 OT 수당의 지급)으로 갈 것인지.
새해에 정부가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도 발표한다고 한다. 미리미리 법 위반은 없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2호 (2022.01.11~2023.01.1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