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만에 웃었다… 한국전력, 우리카드 꺾고 9연패 탈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한국전력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42일 만에 웃었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지긋지긋한 9연패에서 탈출했다.

한국전력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남자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1, 22-25, 25-23, 23-25, 16-14)로 승리했다. 타이스 덜 호스트(25점), 서재덕(17점), 임성진(16점) 삼각편대가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한국전력(7승 13패·승점23)은 지난해 11월 29일 삼성화재와의 2라운드 경기 이후 42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9연패에서 벗어났다. 우리카드(11승 9패·승점30)는 2연패를 기록했다. 시즌 상대전적은 2승 2패가 됐다.

한국전력은 1세트 초반부터 꾸준히 앞서갔다. 타이스가 4개의 범실을 저지르긴 했지만, 강점인 높이를 살린 유효블로킹 이후 반격으로 착실히 득점을 따냈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와 나경복 쌍포가 고전했지만, 박준혁의 중앙 공격으로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한국전력의 강점인 블로킹도 잘 터지면서 승리했다.

2세트는 반대 흐름이었다. 나경복의 스파이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리베로 오재성도 짧은 서브를 잘 받아내면서 세터 황승빈이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전은 리시브가 잘 됐으나 공격 성공률이 1세트보다 떨어졌다.

교체투입된 김지한도 빛났다. 18-21에서 서재덕의 스파이크를 나경복이 건드렸고, 네트 넘어로 뛰어가 코트 쪽으로 패스했다. 이 공을 오재성이 길게 언더핸드로 밀었고, 한국전력 선수들이 누구도 받지 않아 득점이 됐다. 이어 김지한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승부의 추가 우리카드에게 기울었다.

3세트에선 양팀의 젊은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우리카드는 교체 투입된 김지한이 강스파이크를 때렸다. 우리카드는 세터 하승우가 연이어 임성진에게 1대1 찬스를 만들어줬고, 임성진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마지막 싸움에서 웃은 건 한전이었다. 임성진이 23-23에서 공격을 성공시켰고, 김지한의 공격은 조근호에게 가로막혔다.

우리카드는 4세트 들어 강서브를 앞세워 한국전력을 흔들었다. 김지한과 아가메즈가 꾸준히 점수를 올려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임성진이 폭발했다. 16-21에서 임성진의 강서브를 앞세워 5연속 득점을 올려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나경복의 퀵오픈과 박준혁의 블로킹으로 우리카드는 다시 2점 차 리드를 잡았다.

5세트에서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서브득점으로 기세를 높였다. 9-7에선 황승빈의 디그 이후 나경복이 오픈을 때려 석 점 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을 위한 한전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우리카드의 연속 범실 이후 하승우가 나경복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아 13-13을 만들었다. 두 팀이 서브 범실을 주고받으면서 승부는 듀스로 이어졌다.

우리카드의 캐치볼 범실로 15-14 매치포인트를 만든 한국전력은 신영석이 나경복의 공격을 가로막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리카드는 네트터치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선수들이 이겨내려고 코트 안에서 열심히 해줘서 울컥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며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진다고 해도 선수들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진 않았다. 나보다 선수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10-1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 대해선 "마음 속으로는 잡을 수 있다고 계속 생각했다. 서브가 좋은 임성진, 서재덕, 신영석이 이어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습 상황에서 20-20을 만들어놓고 연습했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성진이도 리시브를 잘 했다. 성진이가가 잘 해주면 형들도 믿음을 보낼 것"이라고 칭찬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경기 뒤 "나경복도, 아가메즈도 몸살 기운이 있어서 링거를 맞고 왔다. 몸이 안 좋은데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다"고 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경기 뒤 한꺼번에 심판에게 가 항의했다. 한 손으로 볼을 걷어올리는 상황에서 캐치볼이 선언됐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한 손으로 쳤는데 핀치 상황에서 그렇게 보는 게 기술 회의에서 확실한 게 아닌 건 아니라고 하기로 했는데 아쉽다. 심판들이 기술 회의와 다르게 판정을 내리니까 감독들이 항의를 하게 된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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