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롯데 메타버스(가칭)’에 구축 중인 가상 도시 ‘허브월드’. /롯데정보통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마케팅에 활용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메타버스로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국내 유통 업계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자체 개발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여의도 25배 규모의 가상 도시를 열고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온라인에서 재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비자는 이곳 매장에서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상품의 디자인 및 소재를 확인한 뒤, 실물 상품은 물론 디지털 트윈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대로 온라인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곳도 있다. 농심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인기를 끈 라면 맛의 조합을 현실에서 구현,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3에서 자회사 칼리버스와 개발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롯데 메타버스(가칭)’를 공개했다. 미 NBC 등은 롯데 메타버스가 실사 구현에 특화된 그래픽 엔진 ‘언리얼엔진5′으로 만든 배경과 실제 인물을 모델링한 아바타로 관람객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까지 블록버스터급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품질로 재현하기 위해 실사 촬영 기술과 VR(가상현실) 합성 기술, 3D 실시간 렌더링 기술 등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와 가상 점원 간 실감나는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칼리버스의 특허 기술 ‘딥 인터랙티브’를 활용했다”며 “소비자들은 또 서로 손짓을 할 수도,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 메타버스(가칭)’ 데모 속 하이마트 매장. /롯데정보통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기술 수준으로 가상 공간에 구현할 수 없는 촉각, 후각 등 감각은 초현실적인 매장 콘셉트로 대신한다. 가령 가상 하이마트 매장에서 냉장고를 판다면 그 일대를 빙하로 꾸미는 식이다. CES 2023 기간 롯데정보통신이 시연한 4층 규모의 ‘버추얼 롯데면세점 타워’ 데모에는 ‘삼각김밥 나무’가 열린 세븐일레븐 매장이 등장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 밖에 사이다를 흔들거나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는 등 아바타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을 더해, 소비자가 매장에서 보다 긴 시간을 머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말까지 버추얼 롯데면세점 타워를 10개층으로 늘리고 협업 브랜드도 현재 4개 브랜드에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롯데정보통신은 궁극적으로 롯데그룹 유통, 엔터테인먼트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가상 도시 ‘허브월드’를 열 계획이다. 허브월드는 생활공간 기준 여의도 면적의 8배, 산림 지역을 포함하면 약 25배 크기로 만든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헤드셋 등 기기가 필요없는 PC 버전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이 일환으로 CES 2023에서 특수필름을 장착한 3D 모니터를 공개했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롯데 메타버스의 수익성에 대해 “진행 중인 사업 모델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 공개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넘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플랫폼 상용화 핵심인 결제 기능으로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우선 적용한다고 밝혔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달 중순 NFT마켓플레이스 ‘코튼시드’와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코튼시드 월렛’을 출시할 예정이다.
농심이 9일부터 오는 2월 8일까지 서울 성수동 S팩토리에 운영하는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 /농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 /농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롯데정보통신보다 규모는 작지만 이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농심은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성수동 S팩토리에서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지난해 10월 제페토에 연 ‘신라면 분식점’을 팝업스토어 형태로 현실에 옮기는 것이다. 이 팝업스토어에서는 신라면 분식점에서와 마찬가지로 방문객이 매운맛 정도와 면발 종류, 건더기 스프 등 맛과 재료를 취향대로 골라 신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농심은 이날부터 신라면 분식점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조합을 실제 상품으로도 선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분식점에서 연 ‘천하제일 라면 끓이기 대회’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고기·매콤·꼬들·계란’ 조합을 바탕으로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출시하게 됐다”며 “당시 행사에는 4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다”고 전했다.
제페토 관계자는 “행사 참여 인원은 40만명 이상이었지만 참여 횟수는 63만회를 넘겼다”며 “이제까지 제페토 입점 브랜드들이 연 행사 중에서 이용자 참여도가 특히 높았던 사례다”고 덧붙였다. 한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통 기업들도 미래 세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라며 “가상 공간에 현실과 꼭 닮은 매장을 열어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 유명 패션 브랜드도 적지 않다. 이들은 메타버스가 기존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