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영국 왕자(오른쪽·37)가 지난해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원월드 트레이드센터)를 방문해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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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해리는 자서전에서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아프간전(戰)에 참전, 탈레반 25명을 사살했다”며 “탈레반 사살은 체스판에서 말을 치우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영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난 2003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영국군 사령관을 지낸 리처드 켐프 전 대령은 “해리 왕자 발언은 영국군이 탈레반 전사를 인간 이하 존재나 (쓰러뜨릴) 체스 말로 봤다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영국군은 절대 그렇게 훈련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과 거리가 먼 그런 발언은 적들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며 “해리 왕자는 자발적으로 아프간전에 참전해 훌륭한 평판을 얻었지만, 이번 폭로로 명성이 상당히 훼손됐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 참전 영웅인 팀 콜린스 예비역 대령은 “자신의 가족(왕실)을 버린 해리 왕자가 이번엔 또 다른 가족인 영국군에 등을 돌렸다”며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민을 도우러 간 것이지 사람을 죽이러 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당시 “전장에서 동정심은 필요 없지만, 죽은 자의 명예는 존중해야 한다”는 말로 유명해졌다.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애덤 할러웨이 보수당 의원도 “군인이 몇 명을 사살했는지 공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품격과 생명 존중에 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해리 왕자가 2012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배스티언 기지에서 복무할 당시 모습. 그는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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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도 즉각 비난에 나섰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 칼리드 자드란은 이날 “해리 왕자의 자서전 내용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며 “(영국의) 그런 행위로 인해 아프간인들이 무장 봉기를 해 성전(聖戰)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프간인들은 무고한 국민을 죽인 해리 왕자를 늘 기억할 것이고, 범죄를 자랑스럽게 자백한 이(해리 왕자)는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후속 조치를 시사했다.
해리는 자서전에서 17세에 처음 코카인과 대마초 등 마약을 했고, 술집 뒤뜰에서 나이 많은 여성과 첫 성관계를 가졌으며, 영매를 통해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영혼과 만났다는 등의 내용도 공개했다. 또 어려서부터 형이 자신보다 더 좋은 방을 썼고, 며느리 메건이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할까 봐 아버지 찰스 3세가 질투했다는 등의 주장도 했다. 더선 등 영국 대중지는 “자서전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들이 많다”며 “해리와 메건에게 동정적이던 대중이 등을 돌리는 조짐이 있다”고 했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자서전 내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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