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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사고뭉치에서 리더로… 마차도, 샌디에이고와 마지막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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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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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2019년 2월, 내야수 매니 마차도는 FA 선수 최초로 3억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북미 4대 프로스포츠 FA 계약 최대 규모이기도 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케니 윌리엄스 부사장은 "매우 놀랍다. 솔직히 우리가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화이트삭스의 최종 제안은 2억5000만 달러(8년)였다.

마차도에게 이 영광을 안겨준 팀은 샌디에이고였다. 전형적인 스몰 마켓인 샌디에이고가 3억 달러 계약을 성사시킨 건 충격이었다. 스몰 마켓은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뜨린 일이었다. 마차도 영입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론 파울러 회장은 마차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화이트삭스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밝혔다.

볼티모어 시절 마차도는 사고뭉치였다. 비신사적인 행동들로 수차례 논란에 휘말렸다. 필요 이상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는 팀에서도 무조건 감싸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편하게 생각하는 동료보다 불편해하는 적이 더 많았다. 평판이 가치를 떨어뜨린 대표적인 선수였다.

샌디에이고는 이런 마차도에게 리더가 되어주길 바랐다. 대부분이 반신반의했지만, 샌디에이고는 마차도가 적임자라고 믿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차도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기적인 선수에서 이타적인 선수로 변신했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성격이 승리를 향한 열정으로 순화됐다.

마차도가 오기 전 샌디에이고는 패배에 익숙한 팀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순위 싸움에서 변방에 위치했다. 2006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5할 승률을 넘어선 것도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과 전혀 관련이 없는 팀이었다.

마차도는 샌디에이고의 체질 개선을 이룬 주역이었다. 실력으로 팀 전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매번 가장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다독였다. 웬만한 부상은 참고 경기에 출장하면서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사실 샌디에이고는 마차도가 오고 나서도 부침이 있었다. 감독이 세 차례나 교체되는 등 팀이 불안정했다. 그때마다 더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선수가 마차도였다. 그렇게 샌디에이고는 마차도의 팀이 됐다.

마차도가 이끈 샌디에이고는 암흑기를 탈출했다. 2020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만들어낸 데 이어 작년에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특히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를 꺾은 건 팀 역사에 남을 쾌거였다. 비록 필라델피아의 돌풍에 가로막혀 월드시리즈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막연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샌디에이고의 도약에 가장 큰 지분은 단연 마차도다. 마차도가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팀이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마차도에게 단행했던 대대적인 투자가 실패했다면 계속 전력을 보강하려는 의지도 꺾였을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걸림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차도 계약에 포함되어 있었던 옵트아웃 조항이다. 마차도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남은 5년 1억5000만 달러 계약을 취소하고, FA 시장에서 새로운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로선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걸린 중대한 문제다.

마차도가 실제로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이전부터 마차도가 떠났을 때를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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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샌디에이고는 신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14년 3억40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안겨줬다. 2019년 84경기(타율 .317 22홈런) 2020년 단축 시즌 59경기(타율 .277 17홈런)를 뛴 타티스는, 장차 샌디에이고를 책임질 선수였다.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를 묶어두는 계약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14년 3억4000만 달러는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규모였다. 총액만 따지면 마이크 트라웃과 무키 베츠 다음으로 큰 계약이었다(이후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애런 저지가 타티스의 총액을 뛰어넘었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의 재능에 확신이 있었다. 마차도의 3억 달러 계약이 긍정적으로 흘러간 것도 샌디에이고의 과감성을 키웠다. 하지만 무모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직 정상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는 선수에게 너무 지나친 베팅을 했다는 것이었다.

타티스 계약의 또 다른 딜레마는 타티스가 벌써 마차도보다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마차도가 이제서야 막 팀의 리더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 시점에서 타티스를 팀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하늘 위에 두 개의 태양이 뜬 셈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쌍두마차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주길 기대했지만, 결국 둘은 충돌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물론 샌디에이고는 혹시나 마차도가 떠나게 되면 타티스가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물려받길 바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계약 시점이 너무나 빨랐다. 이는 마차도가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겨울에도 마차도의 이탈을 염두에 두는 영입을 했다.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 달러 계약으로 데리고 왔다. 마차도와 보가츠는 포지션은 다르지만, 일각에서는 보가츠의 계약으로 마차도의 옵트아웃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보가츠는 마차도를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보스턴 출신이다(2017년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마차도의 슬라이딩으로 무릎 부상을 당하자 보가츠는 "그는 우리 팀의 리더를 다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마차도는 30세 시즌을 맞이한다. 시장에 나온다면 31세 나이로 두 번째 장기 계약을 노리게 된다. 시장에서 나이는 중요한 요소지만,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마차도에게 30대 초반의 나이는 심각한 감점 사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샌디에이고에서 선보인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불러올 수 있다. 같은 포지션의 라파엘 데버스가 보스턴에 잔류하게 된 것도 마차도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상황이 마차도의 옵트아웃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샌디에이고가 마차도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그러고 보니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마차도가 극찬했던 김하성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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