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피아노 해체해 연주하는 '김재훈의 P.N.O' 등…무용·음악 실험적 신작들 선보여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기자간담회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신들린 듯한 장구, 꽹과리, 징 연주에 무녀가 부르는 '무가'가 얹어진다. IMF를 지나며 버려진 피아노 두 대는 완전히 해체돼 새로운 개념의 타악기와 현악기, 관악기로 다시 태어난다.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우수한 창작 작품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2022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28개 작품 중 네 편이 1월 관객과 만난다. 오는 13∼1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무용 '>"헬로 월드";'를 시작으로 '김재훈의 P.N.O'(14∼15일), '리: 오리지널리티'(14일), '리콜: 불러오기'(27∼28일) 등 네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무용 '>"헬로 월드";'의 안무를 맡은 안무가 임정하는 4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드는 이들도 상상력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고 관객들도 즐겁게 상상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무용 '리콜; 불러오기' 공연 장면 |
창작산실 무용 작품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헬로 월드";'는 디지털 세상으로 현실이 옮겨간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인간과 자연이 디지털 세상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에 프로그래밍에 쓰이는 기호들을 집어넣고, 무용수들이 픽셀 모양의 선글라스를 끼고 로봇 혹은 디지털 기호처럼 움직이는 등 예술과 디지털 개념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보여준다.
함께 안무를 맡은 안무가 김호연은 "디지털 세계 안에선 사람의 움직임이 어떻게 바뀔지를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무용 '>"헬로 월드";' 공연 장면 |
이어 14∼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김재훈의 P.N.O'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실험적인 음악 공연이다.
음악과 무용, 텍스트 등을 오가며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예술감독이자 작곡가 김재훈이 실제로 버려진 피아노 2대를 해체해 만든 새로운 악기 'P.N.O(Prepared New Objects)'를 무대에서 연주한다.
해체된 피아노 안에 들어있던 현은 활로 직접 켜고, 나무로 된 피아노 의자와 몸체는 타악기가 된다. 건반 부분은 거꾸로 뒤집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게 아닌 아래에서 위로 치게 된다.
김재훈은 1년의 리서치를 통해 1900년대 낙동강을 통해 처음 한국으로 수입된 피아노가 '국민 악기'로 자리 잡았다가 최근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버려지고 있는 피아노의 역사를 무대 위에 녹여냈다고 했다.
함께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정혜리는 "피아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흔히 알던 피아노의 의미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자 했다"며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각자가 피아노와 맺어온 관계를 떠올리고 새로운 악기인 P.N.O와도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곡가 김재훈 |
한국 무속 장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 타악 무대를 선보여 온 홍성현아트컴퍼니는 동해안별신굿판을 공연장으로 옮겨온 '리: 오리지널리티'를 1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동해안별신굿은 부산부터 강원도까지 이르는 동해안 어민들이 풍어와 안전을 비는 마을굿의 일종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예술이다.
즉흥성과 현장성을 특징으로 하는 굿판의 특성상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관객과 연주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이를 통해 동해안별신굿의 핵심 정신인 '치유'를 지금의 관객에게 전한다.
무대에서 장구 연주와 노래인 '무가'를 동시에 선보이는 연주자 홍성현은 "마을굿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인 '치유'를 어떻게 현장이 아닌 무대로 가져올지 고민했다"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무대에서 현장성과 즉흥성을 최대한 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통 음악 '리: 오리지널리티' 공연 장면 |
오는 27∼2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화이트큐브프로젝트의 '리콜; 불러오기'는 철골 구조물, 대형 트램펄린 등 다양한 무대 장치와 현대 무용, 서커스, 아크로바틱이 결합한 퍼포먼스를 통해 지나간 기억이 현재로 소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트램펄린뿐 아니라 대형 경사 무대 등 기존의 무대의 틀을 깨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프로듀서 임현진은 "무대 바닥 뿐 아니라 무대의 깊이와 높이도 공연의 공간으로 활용해 기존의 극장과는 다른 감각을 관객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오페라, 전통예술 등 6개 장르에서 선정된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28편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과 대전 각지에서 차례로 관객과 만난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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