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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새해 격랑을 헤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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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주 문무대왕릉 앞 바닷가 해돋이
(경주=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사흘 앞둔 29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릉 앞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2022.12.29 mtkht@yna.co.kr


(서울=연합뉴스)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가 시작된다. 지난 한 해 팬데믹 속에서도 일상회복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K컬처'는 전세계로 계속 뻗어갔다. 축구대표팀은 불굴의 의지로 월드컵 16강 진출 쾌거를 이뤘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렇지만 10·29 이태원 참사는 전국민을 충격으로 빠뜨렸고,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충격 속에 서민들의 일상은 고단했다.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의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희망과 설렘, 성취로 가득 찬 2023년을 기원해 본다.

낙관만 하기에는 현실은 험난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전방위 복합 위기 속에 앞을 전망하기 쉽지 않은 시계제로 형국이다. 4년째로 접어들 코로나 팬데믹과의 사투, 경고음을 연신 울려대는 경기침체 조짐,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와 골이 깊어지는 세대·이념·계층·젠더 간 갈등과 분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혹하다. 고난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맞서 싸웠던 선조들처럼 다가올 격랑을 헤쳐나갈 불굴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줬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우리 모두 다지며, 새해에 밀려올 도전과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보자.

집권 2년차에 접어들게 될 윤석열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크고 중요해졌다. 밀려오는 전방위 위기 대응의 성패는 사실상 정부에 달렸다. 국민의 총의를 모으고 위기를 헤쳐나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회를 통합하고 국정을 혁신해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다. 새해는 선거가 없는 해이다. 2024년 총선까지 1년 이상 남은 기간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시기다. 정부 내 쇄신과 혁신의 필요성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재정비하고 신발 끈을 다시 매야 한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자신감과 분명한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당면한 제1의 과제는 경제의 거친 삼각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투자, 소비 등 3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주요 기관에 이어 정부도 2023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고 있고,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 부진은 지속하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특히 상반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발 고금리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할 전망이고, 부동산 경착륙과 업계 자금경색도 여전히 우려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엔진인 수출을 다시 촉진하고 나라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해야 한다.

가장 큰 우려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일 서민들의 삶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5.1%)에 이어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인 물가 상승,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 서민들의 일상생활은 더 궁핍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민생을 챙기고, 취약계층의 안정적 삶을 보살필 세심하고 따뜻한 정책이 필요하다.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용빙하기도 우려된다.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와 고용의 질이 나빠질 가능성은 특히 걱정이다. 탈출구를 찾아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대응 정책,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 절실하다. 모든 경제주체가 필사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새해는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된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한반도에는 완전한 평화 정착이 요원하다. 지난 세월 남북 간에는 금방이라도 평화가 눈앞에 올 듯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전쟁이 발발할 듯 긴장이 치솟으며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분위기 대반전의 실마리가 2023년에는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 어떤 징조도 없다.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기 위해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대화의 축을 복원할 외교·안보전략이 절실하다. 심상치 않은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 역시 긴요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거친 패권 경쟁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의 폭주, 미국의 대중 공급망 포위 가속화는 우리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익을 지키고 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섬세하고 전략적인 대응으로 다가오는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새해에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단계적으로 해제되며 일상 회복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희생자들이 매일 나오고 있고, 4년째에 접어드는 팬데믹의 긴 터널은 아직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불편 해소와 국민건강 보호는 어렵지만 달성해야 할 두 축이다. 방역 정책의 조화로운 조율이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유행 속에 타격을 본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관심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로 확인된 국민안전 보호 역량 강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 보수 역시 속도를 내야 한다.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공론화도 이어져야 한다.

우리에겐 중요하지만 해법 마련이 어려워 차일피일 미뤄왔던 난제들이 적지 않다. 실효적인 저출산·고령화 해법 마련, 연금 개혁, 혁신적 수준의 교육·노동문제 개선은 더는 미룰 수 없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20여년 후 나이지리아 등 인구 대국의 경제 규모가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이를 눈뜨고 지켜봐서야 되겠는가.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국민연금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다. 2018년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은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기금 소진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교육, 노동개혁 등도 어렵지만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새해에 닥쳐올 이런 복합 위기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전국민의 에너지를 집결하고 총의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잇달아 치르면서 더욱 깊어진 사회 분열과 진영 갈등을 매일같이 목격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의 대통합과 포용을 촉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편 가르고 분열된 나라를 방치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정치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혐오와 갈등,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의 정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끌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의 협치는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권이 분열을 조장하고 갈등을 유발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갈등과 분열을 용광로처럼 녹이고 대통합의 정치를 보여줄 진정한 정치 지도자들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 눈뜨고 똑똑히 지켜보자.

2023년은 우리에겐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서 몰려들 도전에 절박하게 대응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옛사람들은 토끼를 꾀 많은 영민한 동물로 인식해 왔다.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3개 만들어 놓고 위기를 모면하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뜻에서 '토영삼굴(兔營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검은 토끼의 해인 새해에 대한민국이 지혜와 용기로 위기에 미리 대비하고 닥쳐오는 거센 파도를 헤치며 미래를 향해 꿋꿋이 전진해 나가길 염원한다. 희망을 버리지 말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부여잡고 닥쳐올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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