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도 50여건 지워”
서욱·박지원 등 불구속 기소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허위 결론을 내린 뒤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국가정보원과 군의 첩보와 보고서를 삭제하게 했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 수사에서 군은 5600여 건을, 국정원은 50여 건을 각각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국방부, 국정원이 각각 60건, 46건을 삭제했다고 했는데 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손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에게는 이대준씨 관련 첩보와 보고서 50여 건을 삭제하라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서 전 장관은 국방부 및 예하부대에 이씨 관련 첩보 등 5600여 건을 삭제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 전 원장과 서욱 전 장관이 서훈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관련 첩보 등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는 ‘진상 은폐’ 지시”라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은 이 사건으로 지난 9일 구속 기소됐다. 이씨 피살과 시신 소각을 알면서도 군·해경에 이를 숨기라고 하고, 국방부·해경·국가안보실에 이씨가 ‘자진 월북’ 했다는 허위 자료를 작성·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서 전 실장은 이씨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군·국정원에 지시한 혐의도 있는데 이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지난 9일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서훈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이씨가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담은 허위 발표 자료를 작성·배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실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잠수복, 오리발 등이 있었지만 이씨가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 유속이나 수온도 장비 없이 월북을 시도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국정원도 ‘월북 가능성은 불명확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조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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