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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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구속 기소)이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에 의해 피살된 다음 날 오전 국가안보실 비서관회의에서 입단속을 지시하자, 일부 비서관들이 “이거 미친 거 아니냐. 이게 덮을 일이냐”며 반발했다는 내용의 진술 등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30분쯤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등 안보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서 전 실장은 “남북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일부 비서관들은 회의가 끝나고 “국민들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 등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서 전 실장이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게 ‘추석 민심’을 거론하며 이대준씨에 대해 ‘월북 몰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 27일 김 전 청장에게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경 발표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된 입장으로 브리핑하라”며 “추석 민심이 악화되는 부분 등을 대비해 언론 보도나 브리핑을 생각해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서 전 실장은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뒤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알면서도 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과 김 전 해경청장에게 이씨의 피살과 시신 소각을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경에 이씨가 실종된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또 2020년 9~10월 ‘월북 조작’을 위해 국방부와 해경에 허위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작성·배부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담은 허위 자료를 작성해 재외 공관과 관련 부처에 배부하게 한 혐의도 있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2020년 9월 23일 이씨가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같은 해 9~10월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담은 허위 발표 자료를 작성·배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0년 11월 이씨 유족이 사건 당시 ‘조류 예측 분석서’에 대해 정보 공개 청구를 하자, ‘자료가 없다’는 허위 내용의 통지서를 유족 측에 준 혐의도 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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