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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투자노트] ‘물가와 전쟁’에서 승기 잡아가는 美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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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7.7%였던 지난달보다 낮은 것은 물론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의 전망(7.3%)도 밑돌면서 우상향하던 미국 인플레이션 추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침없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정신없이 금리를 끌어올리던 미국 중앙은행도 한시름 놓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기존 0.7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추면서 ‘긴축 보폭’을 줄일 전망이다. 그동안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섰던 미 연준이 승기를 잡는 모양새다.

물가 지표가 확인되면서 투자 심리를 억누르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앞으로 수요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전날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한 영향으로 이날 우리 증시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았던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다. 11월 미국 물가 중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10.1%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2.0% 하락했다.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아 미 연준의 긴축 모드는 유지되겠지만, 당장 연말 증시는 반등 탄력을 얻게 됐다.

조선비즈

12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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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물가가 잡혀가는 상황을 우리 증시가 온전한 호재로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경제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특수 이벤트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내년 전기요금이 큰 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 물가가 오르는 건강한 인플레이션과 달리, 전기요금 인상은 수요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악성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30조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그만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부족한 자금은 대부분 한전채를 발행해 충당하곤 했다. 올해 발행한 한전채 규모만 23조원 이상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한전채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게 됐다. 현행 한전법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대규모 손실이 반영돼 적립금이 감소하면 한전채 발행 한도는 이전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여당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준의 2배에서 5배로, 장관이 승인하면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일부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내년부터 가파르게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물가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됐는데 생산자물가지수(PPI)부터 반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PPI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한 120.61을 기록했다. 특히 전력가스, 수도 및 폐기물 물가는 32.4% 급등한 134.67을 기록했다. 이는 1981년 1월(55.3%)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CPI)도 곧바로 영향을 받았다. 지난 10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전월 대비 23.1%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전체 소비 지출 비중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커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료가 1%포인트 오르면 CPI는 0.0155%포인트 상승한다.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긴축 기조가 강화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다. 암울한 시장을 뒷받침할 근거만 쌓이는 듯하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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