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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벤투 다음은 국내파?…축구대표팀 감독의 조건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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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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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쁨도 잠시, 이제 초점은 차기 사령탑 선임에 쏠렸다.

누가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을까. 저마다 생각이 있겠지만, 최종 선택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았다.

대표팀 감독은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다. 하지만 지도자 능력이나 경력, 비전이나 인지도만으로 대표팀 감독이 될 수는 없다. 축구팬과 최종 결정권자인 축구협회 등을 포함한 3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팬은 대중적 이미지에 의한 선호에 휩쓸리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2002 한일월드컵 스타 등 팬 지명도가 높은 후보들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스타 선수 프리미엄이다.

축구협회의 입장은 훨씬 복잡하다. A대표팀은 프로나 연령별 대표팀, 풀뿌리 축구의 모델이다. A대표팀의 축구에 따라 한 나라 축구의 형태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통해 빌드업 축구가 일반화된 것은 대표적이다. 축구협회는 현실적으로 스폰서를 보호하고 마케팅 측면, 비용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물론 대표팀 감독 후보자는 확고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과 세계 축구의 흐름에 대한 식견에 더해 전술적 진화 모습을 자료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은 축구협회가 선임한다. 이용수 부회장 등 축구협회의 두뇌들이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해 후보자를 검증하면 최종적으로 회장이 결재를 한다.

이 과정은 정보 순서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국내파, 국외파 감독이냐로 큰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역량 평가에서는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정량평가와 자체 기준에 따른 질적평가가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새 감독 선정의 기준과 기대, 전망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가령 자국 프로리그 발전 기여, 차기 감독 육성 계획, 연령별 대표팀 감독 겸직 등 연계, 실패 경험의 재평가 등 다양한 항목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대표팀 감독은 외국인 6명, 한국인 7명(감독대행 포함) 등 국내외 사령탑이 거의 반반씩 분할해 맡았다. 이번 월드컵에선 16강 진출팀 가운데 한국만 빼고 자국 사령탑이 성공을 거둔 만큼, 국내파 감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대중의 인기투표식 선호나 축구 인맥에 의한 선정 등을 경계해야 한다.

독일은 카타르월드컵에서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지만, 한지 플리크 감독과 2년 더 계약을 연장했다. 실패도 자산이 된다는 판단은 2000여년 전 로마 공화정이 패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실용주의와도 통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신태용 감독 체제가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협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히딩크 복귀 의사’라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얘기가 나오면서 엉뚱한 데 에너지를 소모한 바 있다.

일본이 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 배경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부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21살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는 등 최소 4년의 장기 계획 아래 움직였다는 점도 참고해 볼 만하다.

내년 3월 평가전을 앞두고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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