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대표팀 감독이 5일(한국시간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 전 그라운드에 입장하고 있다. 2022. 12. 5.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포스트 벤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바로 선수들의 눈높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축구대표팀의 가장 확실한 성공 요인은 내부의 믿음이었다. 4년4개월간 쌓인 신뢰 덕분에 벤투호는 동력을 잃지 않고 전진했다.
그 중심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사단’이라 불리는 코칭스태프들이 있다. 벤투 감독은 2018년8월 한국에 올 때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를 비롯해 필리페 쿠엘류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등 4명의 조력자들을 데리고 왔다. 여기에 국내의 최태욱, 마이클 김 코치 등이 합류해 오랜기간 손발을 맞췄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맡게 벤투 감독을 보좌하며 대표팀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크게 일조했다.
당시 벤투 감독 영입을 주도했던 김판곤 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벤투 감독뿐 아니라 사단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적 흐름에 따라 사령탑 한 명만 보기보다는 코칭스태프 전체의 실력을 보고 영입을 확정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요 선수들이 느꼈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김 전 위원장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들은 체계적이면서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선수들에게 선보였다. 벤투 감독 재임 기간 동안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은 하나 같이 벤투 사단의 트레이닝 세션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지도자에게서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시스템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도 신뢰를 얻은 중요한 요소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우리가 공을 더 오랜 시간 소유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만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맞게 훈련, 전술을 수립하고 완성도를 높여갔다. 때로는 위기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덕분에 월드컵에서 무려 12년 만에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벤투 감독이 5일(한국시간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 후 손흥민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22. 12. 5.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유럽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턴, 이상 잉글랜드), 김민재(나폴리, 이탈리아), 이강인(마요르카, 스페인),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상 독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그리스) 등은 이미 선진 무대에서 우수한 지도자와 스태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소속팀이나 벤투 사단의 지도법에 큰 차이가 없다고, 혹은 더 낫다고 평가했다. 이들 중 대표팀에서 은퇴할 만큼 나이가 많은 선수는 없다. 결국 이 선수들이 차기 사령탑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차기 감독을 선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선수들은 이미 눈, 기준점이 높아져 있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도자를 데려오지 못하면 분명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벤투 사단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능력에 따라 신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표선수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는 게 감독을 선택하는 기준점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도자 스타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선수단의 신뢰를 얻을 만한 수준의 실력은 반드시 있어야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년간 벤투 사단이 받은 40억원을 상회하는 고액 연봉에 부담을 느꼈다. 이로 인해 사단의 규모가 크지 않은 외국인 감독이나 국내 지도자를 차기 사령탑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의 형편을 고려하는 게 마냥 욕을 먹을 일은 아니다. 다만 협회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모르고 금전만 생각해 어설프게 감독을 선임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