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룩’ 유니폼의 이면…미얀마 노동자들 하루 3000원 받고 일해

28일 오후(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에게 팬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고조되며 각국 대표팀 유니폼 등 축구 관련 제품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정작 하루 3달러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얀마 양곤의 푸첸그룹 공장에서 일하는 7800여 명의 직원들은 아디다스 축구화를 만들면서 하루 4800짯(약 2970원)을 받고 있다. 이는 전세계 축구팬들이 90∼150달러(약 11만 6000∼19만 4000원)의 나이키, 아디다스의 유니폼 상의를 입고 응원을 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미얀마의 노동자들은 월드컵을 앞둔 지난 10월 하루 일당을 3.78달러(약 4900원)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그러나 공장 측은 오히려 군 병력을 불러 파업을 진압하고 노조 지도부 16명을 포함해 26명을 해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푸첸그룹 본사는 현지 법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아디다스 측은 NYT에 “공급업체의 조치가 적법한지 조사하고 있다”며 “푸첸그룹에 즉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얀마를 비롯한 남아시아에는 4000만명의 의류 산업 노동자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약세가 생활고를 더하며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미얀마의 경우 지난해 군부 쿠데타 이후 짯-달러 환율이 50% 이상 폭등했고 식료품, 교통, 주거비가 치솟았다고 NYT가 전했다.

대목인 월드컵 직전 미얀마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22세의 한 노동자는 NYT에 “집세를 내지 못할까 봐, 그리고 우리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집으로 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며 “일자리를 잃고 훨씬 더 힘들어졌다. 먹고 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여성 노동자는 3일 동안 먹을 것 없이 지내다 동료들이 음식을 조금 가져다준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NYT는 앞서 2800명이 일하는 캄보디아의 의류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아디다스 축구 의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만드는 해당 공장은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하자 8명을 해고했다.

월드컵 의류를 만드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문제와 관련해 노동자인권컨소시엄의 툴시 나라야나사미 국장은 “월드컵 관련 제품을 만드는 의류 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더 나은 여건을 얻기 위해 함께 일어서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에 해당한다”고 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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