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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축구라 쓰고 전쟁이라 읽는다'...앙숙' 이란-미국 맞대결[월드컵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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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대표팀.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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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구대표팀.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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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치적 앙숙관계인 이란과 미국이 축구로 대리전쟁을 치른다.

이란과 미국은 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알 수마마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 16강 진출 티켓이 걸려 있어 더욱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치른 현재 이란은 1승 1패 승점 3을 기록 중이다. 잉글랜드와 첫 경기에서 2-6 대패를 당했지만 2차전에서 웨일스를 2-0으로 꺾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은 웨일스와 1차전에서 1-1로 비긴 뒤 잉글랜드와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2무승부로 승점 2점에 머물러 있다.

B조는 잉글랜드가 1승1무 승점 4로 가장 앞서 있고 웨일스는 1무1패 승점 1로 최하위다. 하지만 산술상 네 팀 모두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어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반면 패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이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 사이가 안 좋아 이날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란은 대표적인 친미국가였다. 하지만 1979년 11월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 이때부터 이란은 친미 국가에서 반미 국가로 돌아섰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이어왔다. 2002년 이란 핵위기를 계기로 유엔을 통한 다자 경제제재로 확대해 나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1월 29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두 나라의 관계는 냉랭한 상태다.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이란 대표팀 주변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다. 여성 인권 탄압이나 러시아 군사적 지원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란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서방을 중심으로 형성되기도 했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올해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여대생 사건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를 앞두고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의 SNS에 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란 대표팀의 기자회견에는 어김없이 정치적인 질문이 쏟아진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취재진과 설전을 벌였다. 이란 대 웨일스와 2차전 때는 경기장 밖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도 이란을 자극했다. 미국 대표팀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이란과 3차전을 앞두고 이란 국기 가운데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대표팀 미디어오피서인 마이클 캐머먼은 “이란 여성 인권을 위한 지지 의사”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다시 원래 모양으로 바꿨다. 이란 축구협회는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사건을 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란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났다, 결과는 이란이 1승 1무로 앞서 있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이란이 미국을 2-1로 이겼을 때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란과 미국이 조추첨에서 한 조에 속하자 이란 국영언론은 “미국에 지면 선수들은 순교해야 한다”는 이란 축구팬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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