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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소옆경’, 현실엔 없는 ‘증액 재대출’ 불구, 김래원 능청은 일품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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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재동 객원기자] 26일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5회는 악덕사채기업이 증인 및 증거 말살을 위해 기도한 폭발물 테러 사건을 다루었다.

봉안나(지우 분)는 6개월만에 원금이 6배나 뛴 연체이자 증액재대출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딸을 둔 할머니를 돕기 위해 나선다. 대출서류의 위조여부를 밝히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 국내서 가장 정교한 문서감정이 가능한 곳인 한국대 생화학 실험실을 찾는다.

한편 편의점 알바 최석두(정욱진 분)의 핸드폰에서 ‘풀템으로 한탕’이란 화면을 목격한 진호개(김래원 분)는 진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앞선 4화에서 확보한 대포폰 중개업자로 위장, 잠입수사에 나선다.

범죄공모 앱인 ‘풀템으로 한탕’에서 1년짜리란 공고를 보고 참석한 진호개는 주최측으로 나타난 김형(지현준 분)으로부터 모집조건이 ‘5년짜리’로 바뀌었음을 듣고 발을 빼려한다. 즉 양형기준 1년짜리 ‘절도’쯤으로 알고 접근한 사안이 양형기준 5년 ‘살인’으로 중대해졌기 때문이다.

김형은 불법대부업체 대무그룹으로부터 대출서류 위조를 밝히려는 봉안나 살해를 지시받은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들은 사건으로 끌려들어갔지만 정작 그 사건은 왜곡됐다. 즉 5화의 발단이 된 연체이자 증액재대출이 시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법정에 선 대무그룹 법률대리인 양치영(조희봉 분)이 ‘합법’을 주장하고 검사, 판사, 수사관까지 합법임을 동의한 이 사안, 봉안나가 펄프의 배합을 따져 ‘2019년 작성된 계약서에 쓰인 A4 용지가 2021년 생산된 것이므로 위조’라고 주장한 증액재대출 사안은 이미 현실에선 무효화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 29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업자의 불법이득 제한을 위해, 제한소액대출에서 시작해 연체 시 연체원리금을 더해 다시 대출하는 '연체이자 증액 재대출'과 계약서 없이 구두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출하는 것 등은 모두 무효화됐다. 이는 주로 불법사금융업자가 채무자를 잡아두고 최고금리 등 규제를 피하고자 쓰던 수법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 11월 시점의 법정에서 변호사 양치영이 ‘합법’을 외칠 일도, 봉안나가 펄프의 배합을 따질 일도 없다는 얘기다.

아마도 대본은 2020년 12월 이전에 씌어진 모양이다. 아니더라도 드라마속 현실은 그런 걸로 상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너그러운 시각으로 받아들인다면 드라마는 아주 박진감 넘치고 과학적이며 드라마틱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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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광인 김형이 사용한 소듐메탈, 등유를 부어 만든 트레일러, 라면 냄새를 풍겨 야식배달을 유도, 변수를 없애려는 치밀함과 “한 사람을 죽이면 수사가 시작되지만 건물이 통째로 날아가면 재해수습이 시작된다”는 김형의 멘트 등은 범죄의 디테일을 제대로 살렸다.

또한 밀폐공간인 생화학실험실은 방화 및 폭발 범죄에도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지만 에어락이란 밀폐시스템으로 방화 범죄를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숙고된 현장임을 알려준다.

사실이 아닌지 확인할 순 없지만 펄프의 배합을 따져보면 생산년도 추정이 가능하며 A4용지의 경우 매년 제조성분이 달라진다는 안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치밀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김형의 ‘빵잽이 이빨’ 이라거나 봉안나가 해킹하며 주저리주저리 읊는 해킹 과정 역시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극적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려냈다.

그 긴장감 속 툭툭 던져지는 진호개의 유머코드도 일품이다. “난 5백 더 줘. 경력직은 원래 인센 땡기는거야.” “뭔 심부름을 시켜. 고급인력 데려다가.” “함정수사. 찾아가는 범죄자 검거 시스템이란 거지.” “불맛은 고깃집에서 봐야지.” 등 김래원 특유의 과장없는 능글코드는 유쾌하다. 김행과 공명필(강기둥 분)이 주고 받는 “그러게 그냥 가지 그랬어”란 대사도 맛깔스럽다.

매회 에피소드 별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단점이 안타고니스트 마태화(이도엽 분)와 진호개 사이의 스토리가 5화까지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1화부터 진호개에게 얻어맞아 오른쪽 2,3 대구치가 날아간 마태화, 징계위원회에서 진호개가 “진짜 나쁜 놈”이라고 욕한 마태화는 대체 진호개와 어떤 악연인지의 메인스토리가 각 화별 에피소드속에 존재감을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6화부터 이들 사이의 이야기가 본격 진행될 모양이다. 5화 말미에 진호개를 향한 마태화의 음모가 본격 시작됐고 6화 예고편에선 그 효과로 진호개가 살인용의자로 구금되는 상황으로 발전되니 현장 에피소드들은 줄고 마태화와 그 아버지 마중도(전국환 분)의원, 동부지검 검사장인 진호개의 아버지 진철중(조승연 분)에 얽힌 사연들이 본격적으로 풀려나갈 전망이다.

장안의 화제 드라마 ‘슈룹’과 ‘재벌집 막내아들’ 사이 낀 시간대에 방영돼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이지만 김래원을 앞세운 ‘소방서 옆 경찰서’ 역시 재미있는 드라마임엔 틀림없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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