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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빌드업 축구가 통했다, 벤투호의 반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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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의 조별예선 경기 종료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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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마이웨이는 옳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통할지 의구심을 받았던 ‘빌드업 축구’는 강팀과 맞설 수 있다는 희망으로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53)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카타르 도하 인근인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승점 3점이 아닌 1점이지만 그 상대가 월드컵에선 직전까지 천적(2패)이나 다름없었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 우루과이였다. 선수단 몸값조차 우루과이(약 6206억원)가 한국(약 2277억원)의 2.7배에 달하니 오히려 상대가 억울할 지경이다.

한국의 선전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자신들의 축구를 고스란히 선보인 대목에 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4년간 갈고 닦은 빌드업 축구, 조금 더 정확히 말해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축구로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상대보다 한 걸음을 더 뛰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패스 길목과 동선을 꽁꽁 묶었다. 벤투호의 전반 점유율은 월드컵 역대 최고인 50.3%로 종전 최다인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45.4%)을 뛰어 넘었다.

빌드업만 뛰어난 게 아니라 압박도 효율적으로 펼치면서 상대에게 단 1개의 유효슈팅도 내주지 않았다. 우리 역시 0개에 머문 게 아쉽지만 상대를 제대로 틀어막은 것은 분명하다. 우루과이의 주장인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이 “전반전, 특히 첫 20분간 한국이 우리를 잘 봉쇄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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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 황의조가 24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디에고 고딘과 볼경합을 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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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을 앞두고 한국이 기존 전술의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터라 더욱 놀라웠다.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우리가 훈련한 대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이런 축구에 리스크가 있을수 있으니 많은 이들의 의문을 가졌다. 그래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벤투 감독이 세간의 인식을 바꾼 것은 월드컵 막바지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린 것이 원동력이 됐다. 벤투 감독은 이름만 고개를 끄덕일 유럽 강호와 평가전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고, 튀르키예(터키) 전지훈련조차 효용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포기했다. 대신 그는 하루라도 더 빨리 카타르 현지에서 선수들과 담금질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게 제대로 통했다.

선수들 사이에 쌓인 신뢰도 빼놓을 수 없다. 수비수 김영권(울산)은 “선수들이 벤투 감독님 아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믿음’”이라며 “이 믿음이 깨지면 안에서부터 망가지고 무너지기에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서로를 믿고 지금까지 왔다. 그게 월드컵 첫 경기에서 조금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물론, 우루과이전 무승부가 빌드업 축구의 장밋빛 희망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 경기에서도 상대 슈팅이 두 차례 골대를 때리는 행운이 있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은 오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가나와 2차전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는 각오다.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던 2014년 브라질 대회를 떠올린 손흥민(토트넘)은 “출발이 좋다고 월드컵을 잘 마무리하는 게 아니더라”며 “월드컵을 잘 치르고 싶은 기분”이라고 다짐했다.

알라이얀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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