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왼쪽)와 일본이 각각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꾸준한 투자로 자국 축구의 경쟁력을 키운 두 나라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연합뉴스】 |
아스널, 프랑크푸르트, AS모나코, 샬케04, 레알 소시에다드….
지난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2대1로 격파한 일본 선수들 소속팀이다. 대표팀 명단 26명 중 유럽파가 무려 19명이다. 독일을 상대로 득점한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와 아사노 다쿠마(보훔) 모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일본은 최근 4년간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유럽에 진출시켜 국제 무대 경험을 쌓게 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려 왔다. 그 전략이 이번 월드컵에서 통했고 이변의 주인공이 된 비결이다.
아시아 축구는 그동안 유럽이나 남미에 밀려 하위권을 면치 못했지만 오랜 기간 적극적인 투자를 해온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비로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카타르부터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중동의 사우디와 이란, 남반구의 호주까지 32개국 체제가 된 이후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가 6개국이나 출전했다.
비록 카타르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에콰도르와의 개막전에서 개최국이 0대2로 패하는 굴욕을 받아 들었고, 이란이 정치적 문제와 얽히며 잉글랜드에 2대6으로 침몰했지만 예전처럼 모두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 22일에는 사우디가 수만 명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게다가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 또한 독일을 상대로 똑같은 2대1 역전승을 일구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 언론 더선은 사우디의 승리에는 '아라비안 나이트메어(악몽)'라고 썼고, 일본의 승리는 '재팬더모니엄(일본+대혼란을 뜻하는 팬더모니엄)'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본과 사우디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독일과 아르헨티나라는 거함을 침몰시켰지만 그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사우디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깜짝 16강에 진출한 이후 침체기를 보냈고, 최근 축구 분야에 통 큰 투자를 이어가며 축구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4억900만파운드(약 6500억원)에 인수했고, 국가대표팀에는 과거 모로코를 본선행으로 이끄는 등 성과를 꾸준히 내온 '하얀 마법사'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앉혔다. 르나르 감독은 사우디 프로축구 최강팀인 알 힐랄 선수를 대거 기용하며 국가대표팀이 평소에도 함께 훈련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반대로 일본은 축구 저변 자체를 키웠고 유럽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도 언젠가 유럽에서 뛰며 대표팀에 소집되기를 꿈꾸는 유소년이 늘어나면서 일본축구협회(JFA) 등록 선수는 81만800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이 뛸 수 있는 프로축구 팀도 3부리그까지 총 58개나 된다.
물론 지금까지 아시아 축구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성과를 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한국의 공로가 컸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한국이 모습을 드러내며 아시아 축구의 존재를 알렸고,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는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으며 8강까지 진출했다. 화룡점정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한국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꺾으며 4강 신화를 일구는 기염을 토해낸 바 있다.
[카타르/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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