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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약 먹여 애 재우고, 신장 팔아 식자재 산다…비참한 아프간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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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9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탈레반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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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재집권 1년을 넘긴 아프가니스탄에서 시민 수백만명이 기아(飢餓)의 위협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레반 집권으로 서방국가들의 원조가 끊긴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시민들은 배가 고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 자녀에게 진정제를 먹여 재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아프간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도했다. 방송은 아프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헤라트 지역의 주민 정착촌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작은 진흙집 수천채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개 자연재해나 전쟁 등을 피해온 사람들이다.

주민 압둘 와하브는 “내 아이들은 계속 울고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나는 음식이 없다”면서 “그래서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여 아이들을 졸리게 만들어 (재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지역 주민) 중 많은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굴람 하즈라트는 제작진에 아이들에게 먹이는 약이라면서 주머니에서 알프라졸람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환자에게 의사 처방을 받아 투약하는 의약품이다. 슬하에 여섯 아이를 둔 줄람은 “알프라졸람 다섯 알이 빵 한 조각과 가격이 같다”면서 “한 살 짜리 아들에게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빵 한 조각의 가격은 미화 10센트(134원) 수준이다.

방송은 또 대다수의 주민들이 매 끼니에 빵 몇 조각으로 온 가족이 나눠먹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가끔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일당이 미화 1달러(1340원)를 간신히 받는다.

이 때문에 일부 아프간인들은 장기밀매를 하기도 한다. 아프간에서도 장기밀매가 불법이다. 안마르(가명)라는 아프간인은 최근 신장을 팔아 미화 3100달러(410만원) 가량을 받았으며, 이 돈으로 음식을 사기 위해 빌린 대출을 갚았다고 한다. 그는 “하루 밥을 먹으면 다음 날은 굶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장을 판 뒤에 나는 절반만 인간인 것 같고, 희망도 없다. 나는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대출업자들은 빚이 밀린 채무자들에게 딸을 팔으라는 식의 막말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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