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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신(主神) 제우스는 신들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연다.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는 파티에 갔다가 여신을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여신의 이름은 페르세포네. 하데스는 그만 “솔직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페르세포네가 예쁘지 않아?”라고 실언한다.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이어지지 못하게 계략을 벌이는데…. 과연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그리스·로마 신화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웹툰 ‘로어 올림푸스’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지만 ‘로어 올림푸스’에선 하데스가 정중하게 구애한다. 하데스가 과거 겪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고, 페르세포네가 부모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는 설정도 추가됐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서로를 이해해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는 요즘 로맨스 작품 같다.
뉴질랜드 출신 작가 레이철 스마이스(36)가 2018년부터 네이버웹툰 영어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상인 하비상(2회), 아이즈너상, 링고상을 휩쓸었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7개 언어로 연재됐고 조회 수 12억 회를 넘겼다.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특히 많은 상을 받은 것 같다. 모든 것이 작품을 연재하며 들인 노력에 대한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아프로디테가 에로스에게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사이를 갈라놓으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다양한 현대적 설정이 가미됐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재해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가급적 그리스·로마 신화를 따르면서 젊은 독자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석과 설정에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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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를 파란색으로 칠해 우울함을, 페르세포네를 분홍색으로 칠해 발랄함을 표현했다. 이처럼 신들에게 고유한 색을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색을 각 신들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사용했다. 또 여러 색으로 표현된 캐릭터는 눈에 띄고 기억에 잘 남지 않나. 색을 ‘로어 올림푸스’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마케팅도구로 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로어 올림푸스’가 상을 휩쓴 것에 대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로어 올림푸스’의 인기는 미국 내 웹툰 인기를 반영한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뉴스를 읽고, 저녁 식사를 주문한다. 젊은 미국 독자들은 만화를 모두 스마트폰으로 웹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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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일하다가 웹툰 작가가 됐다.
“한국 공포 웹툰 ‘기기괴괴’를 본 뒤 웹툰에 빠지기 시작했다.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웹툰 플랫폼 ‘캔버스’에 작품을 올렸다가 정식 연재 제안을 받았다. 네이버웹툰 영어 홈페이지에서 작품이 10위 안에 들자 웹툰 작가를 정식으로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낯선 일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신났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한국 독자도 ‘로어 올림푸스’에 빠져들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로어 올림푸스’가 읽힌다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다. 영어로 처음 연재된 웹툰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 놀랍다. 이야기의 힘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지금 내 컴퓨터 바탕화면은 한국 팬이 직접 그린 ‘로어 올림푸스’의 팬아트(유명 그림을 팬들이 따라 그린 그림)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로선 ‘로어 올림푸스’ 연재에 집중하고 싶다. 언젠가는 소설도 써보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우선은 낮잠을 길게 오래 자고 싶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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