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사립 교육기관에서 여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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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무장 조직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형벌을 내리라고 사법부에 지시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 초기만 해도 유화 행보를 보이던 탈레반이 본격적인 ‘공포 통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간 현지 매체 아리아나뉴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남부 칸다하르에서 “샤리아에 따라 형벌을 시행하라”고 판사들에게 지시했다. 아쿤드자다는 “절도와 납치, 선동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한 뒤 샤리아의 조건에 맞으면 ‘후두드’와 ‘키사스’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두드는 살인이나 강도 등 중범죄에 대해 참수·투석·신체절단·태형 등 형벌을 규정한 원칙이고, 키사스는 ‘눈에는 눈’처럼 피해자에게 ‘동종(同種) 보복’을 가하는 이슬람 원칙이다.
앞서 탈레반은 1차 집권기인 1990년대에 이 같은 가혹한 형벌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 탈레반은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를 공개 처형하고, 절도범의 손을 절단하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등 잔혹한 행태로 국제적 비난을 샀다. 지난해 재집권 이후 아직 손발 절단 등 처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일부 지역에선 총살된 시신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에 최고지도자의 공식 지시가 나온 만큼 공포 통치가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 전문가 라히마 포팔자이는 “후두드와 키사스를 시행하려는 목적은 아프간 사회에서 사라졌던 공포를 다시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며 “탈레반은 신정(神政) 체제로 무슬림 국가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아프간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 등 남성 보호자가 없으면 여객기를 탈 수도 없고, 수도 카불 내 놀이공원과 유원지, 체육관에 입장하지 못하고 있다. 중·고교 여학생들의 학교 출입도 막고 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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