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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출발하여 제압한다”(先發制人·선발제인)은 병법에서 중요시하는 책략이다. 이 모략을 잘 운용한 대표적 인물이 초(楚) 패왕 항우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정사인 『한서』 「항적전」(항우의 이름. 우는 자)에 나오는 “선수를 치면 상대를 제압하고, 뒤처지면 상대에게 제압당한다”라는 말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천하를 통일한 진에 맞서 먼저 봉기의 횃불을 밝힌 그는 비록 짧은 시간(기원전 206~기원전 202년)일망정 패왕(王)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월드컵 휴식기에 들어갔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11월 20~12월 18일·이하 현지 일자)에 맞춰 한 달여의 충전기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풀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2)을 끝으로 2022-2023시즌 초반부를 마친 EPL은 오는 12월 26일 브렌트퍼드-토트넘 홋스퍼전을 시작으로 중반부에 들어간다.
이번 시즌 초반부에,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엘링 홀란(22·맨체스터 시티)이 일으킨 돌개바람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분데스리가(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EPL로 활동 무대를 옮긴 홀란은 으뜸 골잡이로서 맹위를 떨쳤다. 개막전 2골을 비롯해 믿기 힘든 홈(에티하드 스타디움) 3연속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질풍 같은 기세로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곧, 선발제인의 효용에서 비롯한 묘미를 만끽한 홀란이었다.
그러나 신은 일방적 독주를 달가워하지 않는가 보다. 자칫 싱거운 한판으로 끝나는 듯했던 득점 레이스에, 파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홀란의 돌풍이 어느 정도 잦아든 반면,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29)이 꾸준한 골 사냥을 앞세워 추격의 불꽃을 댕기는 형세가 엿보인다.
홀란과 케인의 페이스를 보면 상대성이 읽힌다. 홀란은 선발제인에 치중했다. 이에 비해 케인은 상대 개념인 “나중에 출발하여 제압한다”(後發制人·후발제인)라는 방략을 중요시한 모양새다. 홀란의 기세가 무서울 때 맞서지 않고 그 힘이 쇠퇴한 기미를 보일 때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승부수를 띄운 케인이다.
‘선발제인’의 홀란과 ‘후발제인’의 케인이 맞선 공격 지표 각축전 볼 만
이번 시즌, 홀란은 13경기(교체 1)에 출장해 18골 3어시스트를 수확했다. 이 가운데 11월에 치른 2경기에선, 1골만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어시스트는 올리지 못했다. 앞서 치른 11경기에서, 거둬들인 17골 3어시스트에 비하면 무척 흉작이다. 득점에 국한해서 볼 때, 경기당 평균 득점은 1.55골에서 0.5골로 크게 떨어졌다. 엄청나게 몰아치던 기세가 확 누그러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객관적 수치다.
케인은 한결같은 몸놀림이다. 널을 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 팀이 치른 전 경기(15)에 모습을 보인 케인은 12골 1어시스트를 결실했다. 외형상 기록은 홀란에게 크게 뒤진다. 그러나 11월 2경기에서 2골을 넣는 등 흔들림 없이 골맛을 보고 있다. 이번 시즌, 케인이 한 경기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적은 꼭 한 번(8월 28일 노팅엄 포리스트전·2-0승) 있었다. 즉, 10골을 10경기에서 넣었다. 케인이 중반부부터 더욱 추격의 고삐를 조일 수 있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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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각종 공격 지표를 보면, 홀란이 이번 시즌 초반부에 얼마나 거센 바람을 일으켰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홀란은 득점은 물론, 골과 어시스트를 묶은 공격 공헌도와 팀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팀 득점 공헌도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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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 5대 리그로 지평을 넓혀도, 위 3개 부문 역시 선두에 자리매김한 존재는 홀란이다. 각 부문 2위는 ▲ 득점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13골) ▲ 공격 공헌도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20개) ▲ 팀 득점 공헌도(득점 10걸 대상)는 아이번 토니(브렌트퍼드·43.48%)가 각기 자리하고 있다.
케인은 득점과 공격 공헌도에서 홀란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득점은 6골 차로, 공격 공헌도는 8개 차(13-21)로 각각 뒤졌다.
홀란은 맨체스터 시티의 주득점원임을 팀 득점 공헌도를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했다. 팀 득점(40골)의 절반에 가까운(45%) 공헌도를 보였다.
'월드컵 방학’을 맞은 EPL은 팀당 14~15경기씩을 소화했다. 팀당 38경기씩을 치르는 전체 시즌에 비출 때, ⅓(12.67경기)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월드컵을 치르고 EPL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어떤 양상으로 공격 지표 순위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홀란이 다시 기세를 올릴지, 케인이 역전의 파란을 일으킬지, 또 다른 존재가 불쑥 튀어나올지 자못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중·후반부 각축전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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