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놀이공원 매표소 모습.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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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여성의 놀이공원 입장을 금지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남성과 어울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탈레반은 앞서 놀이동산 남녀 분리 이용을 명령했었다.
1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권선징악부 모하메드 아키프 대변인은 지난 7일부터 여성의 공원과 유원지, 체육관 이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5개월간 우리는 요일을 지정하는 등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많은 곳에서 (성별 분리)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있었고, 히잡 착용도 지켜지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탈레반은 올해 초 놀이공원을 이용할 때 요일별로 남녀를 분리하라고 명령했다. 여성은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반드시 히잡을 쓰고 놀이동산을 이용하도록 했다. 남성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당장은 카불에만 적용되지만,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결정에 여성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여성 와히다는 “학교도 못 가고 일도 못 하는데 최소한 놀 수 있는 곳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학생 라이하나는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분명 (여성은) 외출하고, 공원에 갈 수도 있다”며 “아무런 자유가 없으면 여기에 사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했다.
카불의 유명 놀이공원인 ‘자자이 파크’는 이번 조치로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놀이공원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은데,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면 방문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놀이공원에 1100만달러(약 147억원)를 투자했다는 하비브 잔 자자이는 “여성이 없으면 아이들이 혼자 (놀이공원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외국 기관과 해외에 사는 아프간인들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탈레반은 “1990년대처럼 여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집권 이후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했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없게 됐고, 공공장소에서는 히잡을 쓰는 것이 의무화됐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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