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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마스크 쓰고라도 뛰겠다 하더라”

조선일보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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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마스크 쓰고라도 뛰겠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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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1, 선배가 후배에게] [1] 2018년 대표팀 주장 기성용
“흥민이는 타고난 리더… 존재만으로 사기 올려
월드컵 16강 신화? 자신감 가지면 충분”
기성용(왼쪽)이 2018년 6월 28일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이 끝난 뒤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당시 기성용은 왼쪽 종아리를 다쳐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손흥민은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2대0 승리로 이끌었다. 그 전 경기였던 멕시코전이 기성용이 대표팀 주장으로 뛴 마지막 경기였고, 완장은 독일전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이 차고 있다. /오종찬 기자

기성용(왼쪽)이 2018년 6월 28일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이 끝난 뒤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당시 기성용은 왼쪽 종아리를 다쳐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손흥민은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2대0 승리로 이끌었다. 그 전 경기였던 멕시코전이 기성용이 대표팀 주장으로 뛴 마지막 경기였고, 완장은 독일전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이 차고 있다. /오종찬 기자


“흥민아! 일어서자. 후배들아! 당당하고 저돌적으로 나서야 한다. 16강 충분히 가능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33·FC서울)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손흥민(30·토트넘)과 후배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7일 본지와 만난 기성용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치르는 동안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태극 전사들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한다면 월드컵 16강 진출도 확신한다”고 했다.

기성용은 국가대표로 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한국 축구 부동의 미드필더였다. 2014년 박지성 은퇴 이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주장으로 선수들을 이끌다 손흥민에게 완장을 건넸다.

기성용은 자신에 이어 주장을 맡은 손흥민에 대해 “선수들 사이에 기술과 스피드 등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는 데다 아우들을 아우르는 ‘형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겸비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주장 완장은 부담이 돼 때론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극복하면 팀의 리더이자 버팀목 역할을 하게 한다. 손흥민은 중압감을 이겨낼 만한 멘털이 강한 선수”라고 신뢰를 보냈다.

기성용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손흥민의 부상에 대해 “안면 골절 수술을 했지만, 손흥민은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병원 침대에 누워 경기를 지켜볼 정도라면 (손흥민이) 아예 축구 선수를 하지 않았을 친구”라고 했다. 최근 거의 매일 손흥민과 전화로 연락한다는 기성용은 “흥민이가 마스크를 쓰더라도 카타르에 가겠다고 하더라”며 “선배로서 같이할 수 없어 가슴 아프지만, 지금 흥민이를 위해 기도할 뿐이다”라고 했다.


기성용. /고운호 기자

기성용. /고운호 기자


기성용과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다. 기성용은 리버풀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의 스타일을 닮아 ‘기라드(기성용+제라드)’, 손흥민은 호날두 스타일을 닮아 ‘손날두(손흥민+호날두)’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핵심 역할을 했다. 기성용은 손흥민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전을 꼽았다.

“후반 5분 손흥민의 움직임을 보고 하프라인에서 페널티 지역까지 롱패스를 했는데 손흥민이 트래핑해 골을 넣었어요. 그야말로 환상적인 순간이었어요. 그와 경기하면 편안하고 행복했어요. 워낙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해 미드필더들이 그의 움직임과 순발력을 최대한 이해하는 전술과 패스로 지원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기성용은 “어느 팀이나 손흥민과 같은 선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이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그런 선수가 포함되고 포함되지 않는지에 따라 상대 팀 전술이 바뀐다”며 “손흥민의 존재감 하나만으로 팀 내 사기를 올리는 동시에 상대 팀의 기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가장 큰 힘은 경기장 내 ‘붉은 악마’와 같은 서포터들의 열렬한 응원”이라며 “그들의 함성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주고,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무한 자극한다”고 했다.

기성용은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고, 경기에 임한다면 독일을 이긴 것처럼 한번 더 월드컵 신화를 쓸 수 있다. 절대 긴장하지 말고 당돌하고 패기 있게 하자”며 “대한민국 대표팀 파이팅!”을 외쳤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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