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프로배구 V리그

배구에 미친 ‘감독 동생’·'선수 형’… “대한항공 올해도 날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V리그 최연소 감독 틸리카이넨, 2살 많은 팀의 기둥 한선수

틸리카이넨, 명확한 소통 중시… 작년 부임해 지난 시즌 2연패

한선수 “친구 같다가도 엄격… 스스로 문제점 찾게 도와줘”

조선일보

/남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훈련이나 시합 중에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토미 감독님이 정말 엄하게 혼냅니다. 그렇지만 운동이 끝나고 체육관을 나서면 선수들과 친구처럼 친근하게 지내죠. 저희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V리그 남자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대한항공의 베테랑이자 주장 한선수는 팀의 외국인 감독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 출신 틸리카이넨 감독은 핀란드·독일·일본 리그를 거쳐 지난 시즌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해 팀을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렸고, 올해 8월엔 외국인 감독 최초로 KOVO(한국배구연맹)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핀란드 리그 우승 3회, 일본 리그 준우승 1회 등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나이가 이제 겨우 서른다섯이다. 1985년생인 주장 한선수보다도 두 살 어리다. 지난 시즌 한국 배구 역사상 최연소 감독으로 대한항공에 부임할 당시 팀 장악력과 리더십에 의문도 제기됐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보란 듯이 팀을 정상에 등극시켰다.

리그 개막에 앞서 만난 ‘감독 동생’ 틸리카이넨과 ‘선수 형’ 한선수는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라고 표현했다. 한선수는 “감독님은 배구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배구를 많이 연구하고, 항상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을 찾아 시도한다”며 “그런 열정 때문에 선수들이 감독님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토미 감독님은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고 체육관 밖에선 선수들과 격식 없이 소통한다”며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선수들이 배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나는 팀의 큰 틀과 시스템을 만들 뿐이고 선수들이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배구를 하는 게 중요한데, 한선수가 그 중심을 잡아준다”며 “팀에서 가장 고참이면서도 가장 모범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한 팀에 몸 담은 지 2년 째이지만, 두 사람은 아직 함께 술자리를 가져본 적은 없다고 한다. 한선수가 “내가 먼저 감독님에게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애가 셋이라 육아에 바빴다”고 하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금이라도 바로 약속을 잡자”라며 웃었다.

틸리카이넨 감독과 한선수가 이끄는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밖에서 봤을 때 강해 보여도 플레이가 안일하고 선수끼리 소통하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자만은 금물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틸리카이넨 감독은 영어로 적어 놓은 ‘일일 점검 사항(checklist)’을 통해 “모든 공에 도전하라(We go for every ball)” “랠리 도중 크고 명확한 소통(Loud and clear during rally)”을 주문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상대가 잘해서 주는 점수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안 해서 실점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2일 개막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대1로 꺾고 3년 연속 우승을 향한 첫걸음을 기분 좋게 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 2년간의 성공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작년보다 올해 더 나은 배구를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한선수는 “토미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사기가 작년보다 더 올라갔다”며 “감독님과 좋은 케미로 팬들에게 즐거운 배구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인=김영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