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유급등록 거부 KFA, 눈물 흘리는 유망주 [단독]

[OSEN=우충원 기자] #축구 유망주로 자라난 A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클럽축구팀 취미반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작은 축구장에서 힘차게 내달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축구'에 대한 즐거움을 알았다. 지도자는 A 군에게 선수반으로의 이동을 권유했다. A 군은 '손흥민'과 같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축구선수의 길을 반대하던 A 군의 부모도 결국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A 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의 '규정' 때문에 A 군은 대한민국에서 선수로 살아갈 기회를 잃었다. '손흥민'처럼 해외로 가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게 됐다.

A 군은 축구를 시작하기 이전인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정 형편으로 인해 잠시 사이판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후 우리나라에 돌아온 A 군은 출석일수 부족으로 인해 유급을 당했다. 이로 인해 A 군은 다른 학생들보다 1살 많은 상태로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A 군의 나이를 문제 삼아 초등학교 6학년 선수로의 유급등록을 거부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유급등록을 거부하는 이상 A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중학생 대회에 나갈 수 없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고등학생 대회에 나갈 수 없다.

A 군의 부모는 A 군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생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팀도 찾지 못할 것이고 대학 진학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정을 호소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완고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서 정한 유급등록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유급등록을 승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A 군은 재판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유급이 인정되어 구제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유급등록을 승인하고 있는데,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유급등록사유는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규정으로 인한 A 군의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성인이 된 상황에서 A 군이 K리그 구단에 입단해 축구를 하면 된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주장이었다.

A 군은 재판부에게 K리그 구단은 바늘구멍처럼 통과하기 힘든 곳이고 만약 입단하게 되더라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K리그 선수로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A 군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대한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원론적인 결과였다. A 군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나이에 따라 K리그 구단에서 뛰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미 판례에 따르면 유급 선수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보다 더 간절하고 분명하게 설명했지만 법의 판단도 냉혹했다.

법원의 판결로 인해 A 군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 2년 간 함께 훈련해온 동료들과 함께 중학생 대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 A 군을 받아줄 고등학교 축구팀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A 군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고등학생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A 군은 능력을 인정 받아 서울시 대표로 선발됐다. 그리고 불안하지만 축구를 위한 인생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A 군의 부모는 A 군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A 군이 축구를 시작하기도 전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잠시 사이판에 다녀왔던 것이 이렇게 A 군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재판 결과로 인해 A 군은 축구선수의 꿈을 우리나라에서는 이룰 수 없게 되었다. 괴로워 하는 A 군을 보며 그의 부모님은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는 한국 생활을 접고 낯선 해외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축구'를 위해 가족 모두가 힘겨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 10bird@osen.co.kr

[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