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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 인수 6개월 중간점검...브랜드 전환율 25%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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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 인수 6개월 중간점검...브랜드 전환율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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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편의점 업계에서 심심하면 한 번쯤 나오는 ‘썰’이 있었다. 바로 ‘미니스톱’ 매각설이다. 점포 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편의점 업계에서 26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미니스톱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하지만 ‘썰’은 늘 ‘썰’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던 올해 3월, 드디어 미니스톱 매각이 현실이 됐다. 편의점 3위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약 3134억원에 인수했다. 미니스톱 인수로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잠정 1만3000여개까지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1만3000개 점포 수가 어디까지나 ‘잠정’이라는 점이다. 인수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의 브랜드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 점포 2600여개 중 아직 400여개 매장만이 간판을 바꿔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 2200여개 매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올해 3월 미니스톱을 인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2600개 미니스톱 점포 중 400개 정도가 브랜드 전환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코리아세븐 제공)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은 올해 3월 미니스톱을 인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2600개 미니스톱 점포 중 400개 정도가 브랜드 전환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코리아세븐 제공)


▶미니스톱 인수 = 점포 수 증가? 오산

▷점주 계약 만료 시 타 브랜드 전환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했지만 점포 약 2600개를 모두 흡수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븐일레븐은 한국미니스톱 본사와 계약 사인을 한 것이지, 미니스톱 점주 전원과 합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미니스톱 계약 기간이 만료된 점주가 이후 CU나 GS25, 이마트24로 간판을 바꿔 달아도 세븐일레븐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강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브랜드 전환 작업도 더디다. 지난해 8월 기준 미니스톱 2628개 점포 중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 매장은 4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추정치기는 하다. 세븐일레븐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브랜드 전환율을 발표하지는 않는 데다 인수 후부터는 미니스톱 매장 개수도 집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략 추측은 가능하다. 과거 미니스톱에서 근무했다 퇴사한 한 직원은 “현재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 점포는 400~500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븐일레븐 점포 수만 살펴봐도 알기 쉽다. 2021년 8월 기준 세븐일레븐이 공개한 점포 수는 1만773개였다. 올해 8월 점포 수는 1만1570개다. 미니스톱을 인수했지만 800개가 채 늘어나지 않았다. 미니스톱을 인수하기 전 세븐일레븐 연평균 점포 수 증가는 200여개 정도. 여기 비춰보면 미니스톱 점포 중 500개 정도만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니스톱 전체 점포 4곳 중 1곳만이 세븐일레븐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작업이 더딘 것일까. 미니스톱 가맹점주 계약 만료 시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 계약 기간은 보통 5년 단위다. 예를 들어 2021년에 계약을 맺은 점주는 2026년까지는 미니스톱 간판을 달고 영업해도 된다. 이 경우 최소 향후 4년까지는 세븐일레븐 점포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븐일레븐으로서 최악의 상황은 미니스톱 점주가 계약 만료 후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옮기는 경우다. 돈은 세븐일레븐이 썼는데, 점포 수 증가 효과는 오히려 타 브랜드가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니스톱 점주 마음을 돌리기 위한 다른 편의점 브랜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미니스톱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미니스톱을 운영하고 싶지 세븐일레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 같은 점주를 노리는 여러 편의점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마음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미니스톱, 왜 인수했나

▷신동빈 롯데 회장 첫 대표…‘상징성’

이쯤 되면 의아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전환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미니스톱을 덜컥 인수한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첫째, 세븐일레븐이 그만큼 ‘급했다’는 진단이다. 점포 수 경쟁에서 타 브랜드에 밀릴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다. 특히 이마트24 추격이 매서웠다. 2021년 8월 기준 이마트24 점포 수는 5560개. 당시 미니스톱 점포(2628개)와 합치면 8000개가 훌쩍 넘는다. 세븐일레븐(1만773개)을 턱밑까지 쫓아온 수준으로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순위가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 특히 신동빈 회장에게 남다른 존재다. 세븐일레븐은 신동빈 회장이 과거 첫 대표이사 사장 타이틀을 갖게 해준 계열사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이마트24에 점포 수가 밀리는 것은 신 회장이나 그룹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다. 역전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느니 100% 확신이 없어도 미니스톱 인수를 단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점포 흡수와 무관하게 누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다. 현재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은 양 사 상품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있다. 미니스톱은 세븐일레븐 상품을,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 여기에 물류, 마케팅, 인력 구조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보유하고 있던 12개 물류센터를 추가로 얻게 됐다. 아직은 따로 운영되지만 물류 일원화가 됐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코리아세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남은 점포, 향후 전망은

▷편의점 재계약 80%…세븐 “자신감”

아직 브랜드 전환을 마치지 못한 2200여개 미니스톱 점포. 이곳 점주 행보에 세븐일레븐은 물론 모든 편의점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믿는 구석은 ‘통계’다. 통상 편의점 재계약률은 80%에 달한다. 편의점 점주 5명 중 4명은 브랜드를 바꾸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 ‘인수’라는 변수가 생겼다고 해도 점주들 행태가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브랜드 전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내에서는 오히려 예상보다 빠르다고 여긴다. 과거 바이더웨이 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더 철저한 브랜드 전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존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한 점주들도 평이 나쁘지 않다. 세븐일레븐 평택청북상명점을 운영하는 박혜경 점주는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브랜드를 바꾼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단연 ‘매출’이다. 기존 대비 40%가량 매출이 올랐다. 미니스톱에는 없던 도시락, 삼각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CU, GS25 등 여타 브랜드에 비해 출점 속도가 둔화된 상황이다. 시장에서 점주들 선택을 못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은 미니스톱 점포 중 타 브랜드로 넘어가는 비율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기존 세븐일레븐 점포 인근에 있는 미니스톱 매장도 골칫거리다. 미니스톱 매장이 세븐일레븐으로 바뀌면 근거리에 세븐일레븐만 두 개 생기는 꼴이 된다. 기존 세븐일레븐 점주가 동의할 경우 브랜드 전환 자체는 가능하지만, 대부분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편의점 8개를 운영하는 한 다점포 점주는 “기존 세븐일레븐 점주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른 편의점 브랜드가 낫지 세븐일레븐 입점은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본사 입장에서는 미니스톱 점주뿐 아니라 기존 세븐일레븐 점주도 잘 챙겨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9호 (2022.10.12~2022.10.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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