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소행성 추락한 사이 달에 홀로 남겨진 연구원…조석 특유의 개그 돋보여
존재감 없는 연구원 '문유'가 늦잠을 자다 달에 낙오한 사이 소행성 파편이 지구에 떨어진다. 그는 자신이 얼결에 우주 최후의 인류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석 작가의 웹툰 '문유'는 이 같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웹툰 '문유' |
문유는 고독감에 몸부림치지만 막상 죽을 용기가 없어 대형 달 기지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그 일상은 폐허가 된 지구에 중계된다.
사실 지구는 소행성 파편 충돌로 폐허가 되기는 했지만 멸망하지는 않았다. 영웅이 필요했던 시기에 등장한 문유는 전 지구적인 신드롬이 된다.
1세대 네이버웹툰 대표작인 '마음의 소리'로 자신만의 개그 감각을 증명한 조석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허를 찌르는 개그를 펼친다.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쌓아 올린 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틀어 재미를 준다.
통신장애로 문유의 단편적인 행동만 보고 제멋대로 해석해 열광하는 지구인들의 모습, 문유의 욕설과 혼잣말을 중계하지 않으려고 더빙을 씌우다가 말하는 캥거루 '캥콩'을 만들어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실수 등을 보면 실소가 터진다.
개그뿐만 아니라 인공태양 프로젝트, 인류를 위해 자발적으로 달에 남아 있던 네나드 박사와의 이야기는 감동과 함께 묵직한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작품 결말에 다다를수록 영화 '아마겟돈'이 연상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유'는 지극히 한국적인 아마겟돈이다.
미국식 영웅담이라면 거친 하류 인생이 인류를 구하는 신파를 보여주겠지만, 문유는 뭐든지 딱 중간만 가자는 것이 신조인 평범한 인물의 선택을 비춘다.
문유는 가까스로 지구와 연락이 닿고 복귀할 방법도 찾았지만, 또다시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상황에서 인류를 위해 희생을 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켜낸다.
영화 '4DX 문유' |
웹툰 '문유'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으며, 최근 새롭게 탄생 중이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싱웨추'(獨行月球·독행월구)가 중국에서 지난 7월 개봉해 올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중국영화예술센터 등이 진행한 '중국 영화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올해 3분기 상영작 중 1위를 차지했다.
CGV의 CJ 4DPLEX는 이 작품을 4DX(장면에 맞춰 객석이 진동하는 모션 체어와 바람·물·향기 등 효과를 내는 영화) 웹툰으로 재탄생시켜 12일 선보일 예정이다.
'문유'가 연재 당시보다도 최근 들어 더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폐허가 된 작품 속 지구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영웅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