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교육센터 53명 숨져
탈레반 집권 후 IS와 충돌 잦아
아프가니스탄 소수 집단인 시아파 하자라족 수십명이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켄터키주 볼링 그린의 광장에 촛불을 켜놓고 카불 교육센터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폭탄 테러로 여성 46명을 포함해 5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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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집권한 후 앙숙 이슬람국가(IS)가 주도하는 테러가 빈발하는 가운데, 탈레반 정부 부처인 내무부 부속 모스크(이슬람 예배당)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4명이 숨졌다.
5일(현지 시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카불에 있는 내무부 부속 모스크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방문객과 직원들이 기도를 위해 모스크를 찾은 때였다. 압둘 나피 타코르 탈레반 내무부 대변인은 “자살 폭탄 테러로 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며 “자세한 상황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내무부는 아프간에서 치안과 법 집행을 담당하는 부처로, 보안이 철저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주 카불의 카아즈 교육센터에서도 자살 폭탄 테러로 여성 46명을 포함, 총 53명이 숨졌다. 시아파인 하자라족 학생 수백명이 대입 모의고사를 치르던 중이었다. 이 테러 사건의 배후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IS가 자행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IS 아프간 지부 IS 호라산(ISK)은 탈레반 집권 후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장은 최근 “ISK가 아프가니스탄을 종파(宗派) 전쟁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탈레반과 IS는 같은 이슬람 수니파지만, IS는 더 극단적인 성향이라 미국과 평화 협상에 임한 탈레반을 배신자로 여긴다. IS는 2017년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밀려 급속히 위축됐으나, 지난해 8월 180여 명이 희생된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를 감행하면서 다시 테러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ISK 규모는 4000명가량”이라며 “카불 공항 테러가 이들의 위상을 높였고, 테러를 내세워 50만달러(약 7억400만원)가량을 모금했다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아프간 내 시아파 소수민족도 ISK의 주요 공격 타깃이다.
반(反)탈레반 세력도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전직 관료, 군인 등으로 이뤄진 이들은 탈레반의 통치 스타일에 저항해 ‘아프간 국민저항전선(NRF)’을 설립하고 북동부 판지시르주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CFR은 “이들은 게릴라 스타일 공격을 하고 있지만, 탈레반 통치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아프간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테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져 대사관 직원 2명을 포함, 6명이 숨졌다. 지난 8월 11일에는 탈레반 고위 성직자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자폭 공격을 받아 숨졌다. 같은 달 17일에는 시디퀴야 모스크에서 폭탄 테러로 유명 성직자를 포함 21명이 숨졌다. ISK는 대사관 테러와 마드라사 자폭 공격에 대해 자신들이 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4일 탈레반 정보국이 ISK 대원의 자백 영상을 공개하는 등 탈레반도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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