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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투당했다”던 박진성 시인…재판 결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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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시인 박진성(44)씨가 자신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6단독 김택우 판사는 지난달 28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3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박씨가 재판에 넘겨진 건 지난 6월이다. 박씨가 트위터에 ‘미투 폭로자’ A씨의 글을 허위로 모는 글을 11차례 게시했다는 혐의였다.

박씨는 2019년 3월 트위터에 “돈을 목적으로,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무고는 중대 범죄다”, “저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최초 폭로했던 여성의 신원을 공개한다” 등의 글과 함께 A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게재했다. 박씨는 이후에도 A씨의 출생년도와 실명, 출신지 등을 언급하며 “무고 범죄자”, “하늘은 높고 봄은 푸르른데 지금은 무고질 하니?”, “돈 안 주면 실명 폭로한다고 협박했던 A”라고 적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실제로 A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메시지를 수차례 전송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5년 당시 17살이던 A씨에게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할 거”, “나랑 약속 하나 할래? 어떻게 해도 나 안 버린다고.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등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라는 답변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지속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박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박씨가 “잘못은 인정하지만 실명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차례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도움을 주겠다. 문창(문예창작)이나 실기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하자, A씨는 거절의 의미로 “도움은 괜찮구요. 주실려면 전 돈이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박씨는 “A씨가 실명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는 “박씨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메시지를 수회에 걸쳐 전송했다”며 “총 11회에 걸쳐 마치 ‘피해자가 성희롱 혹은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하고, 또 피해자가 피고인의 실명을 폭로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씨는 피해자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시인했으며,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를 취하하고, 피해자에 대한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금전을 공탁하는 등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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