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소상공인…부동산 임대업 등 제외
최대 15억원 한도…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는 원금 감면
금융위원장 “소상공인 재기 지원·금융 불안 차단 기대”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코로나19 피해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4일 공식 출범했다. 오프라인 현장 창구와 온라인 플랫폼 통한 접수가 동시 가동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날 캠코 양재타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재기를 위한 새출발기금 출범식과 협약식을 개최했다. 출범식에는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각 금융협회장,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표들이 참석했다.
채무조정 신청을 원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이날부터 전국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무소 26곳,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50곳 등 총 76곳에 준비된 오프라인 현장창구를 통해 새출발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장 창구 신청 시에는 미리 새출발기금 콜센터나 신용회복위원회 콜센터에 문의해 방문일자와 시간을 예약한 후 신분증을 지참해 방문해야 한다. 법인의 경우 대표자 신분증과 법인인감증명서, 법인인감, 법인등기부등본, 소상공인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온라인 플랫폼 접속 전에 본인확인, 채무조정 대상 자격 확인, 채무조정 신청에 필요한 사항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로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①코로나 피해를 입은 ②부실 차주 또는 부실 우려 차주에 해당하는 ③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상공인이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업,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법무·회계·세무 등 전문 직종, 금융업 등 중소벤처기업부 손실보전금 지원 대상 업종이 아닌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상 대출은 6500여개의 금융회사가 보유한 해당 차주에 대한 사업자·가계대출(담보·보증·신용 무관)을 모두 포함한다. 단, 부동산임대·매매업 관련 대출, 주택 구입 등 개인 자산형성 목적의 대출, 전세보증대출 등 영업상 손실 관련성이 낮거나 채무조정이 어려운 대출은 제외된다.
채무조정 한도는 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 등 총 15억원이다. 각 차주는 신용 상태와 대출유형에 따라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받게 된다. 고의적·반복적 신청을 제한하기 위해 신청 기간 중 1회만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상환능력을 크게 상실해 금융채무불이행자(부실 차주)가 된 연체 90일 이상 차주는 보증·신용채무 중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순부채에 한해 60∼80%의 원금조정을 받을 수 있다. 자산이 많을수록 감면 폭이 0%로 줄어드는 구조다.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취약계층의 경우 순부채의 최대 90%까지 조정해준다.
연체 90일 미만 부실 우려 차주의 경우 원금감면은 받을 수 없다. 부실 차주의 채무 중에서도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담보대출은 원금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차주가 자신의 영업 회복 속도에 맞춰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구조를 긴 만기, 낮은 금리,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해준다.
연체 30일 이전 차주에게는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연 9% 초과 고금리분에 한해 연 9% 금리로 조정해준다. 연체 30일 이후 차주의 경우 신용점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만큼 상환기간 내 연 3~4%(잠정)대 단일 금리로 하향 적용한다.
차주는 상환 여력에 맞게 최대 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20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상환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이자만 갚을 수 있는 거치기간은 최대 1년(부동산담보대출은 3년)까지 선택해 분할상환금 납부 유예가 가능하다.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경우 거치 기간 중 1년간 이자 납부 유예도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상환기간이 짧을수록 낮은 수준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3년 이하 3% 후반, 3∼5년 4% 중반, 5년 이상 4% 후반 등이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조정 시 소득·재산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한다. 신청 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 연체한 차주, 고액 자산가가 소규모 채무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 등에는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정기적인 재산조사를 통해 나중에라도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허위서류 제출, 고의적 연체 등이 밝혀지면 채무조정이 즉시 무효 처리되고 신규 신청도 금지된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약 2주일 내 채무조정안이 마련되고 채권매입 등을 거쳐 2개월 내 약정이 체결된다. 이후 차주들은 선택한 거치기간과 상환 일정에 따라 상환하게 된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27∼30일 새출발기금 사전신청 기간 총 3410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이 신청한 채무조정 신청액 규모는 총 5361억원이다. 사전접수 첫날인 27일 876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28일 1205명(1673억원), 29일 746명(1076억원), 30일 583명(1335억원)의 신청자가 몰렸다.
금융위는 내년 10월까지 1년간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경기여건, 자영업자·소상공인 잠재부실 추이 등을 감안해 필요시 최대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서 19개 금융협회·금융기관은 새출발기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새출발기금의 지원대상, 지원내용, 채무조정 방식 및 절차, 채권 매입가격 등 기금 운영과 관련한 세부사항 등이 담겼다.
권남주 새출발기금 대표이사(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을 경감하고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얻고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빚 부담을 덜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새 출발을 지원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성공적인 재기를 지원하고 사회·경제·금융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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