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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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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신경쓰다 달나라로 가버린 개그와 감동…4DX웹툰 '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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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웹툰 50분 분량으로 각색하며 서사 '싹둑'…4DX 효과를 위한 도구로 전락

연합뉴스

4DX 문유 스틸컷
[CJ CG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느 날 소행성 파편이 추락해 지구가 멸망하고 우연히 달에 낙오된 연구원 '문유'만 살아남는다.

온 우주에 살아있는 인간은 나 혼자라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문유는 비축된 식량을 먹고 만화를 그리거나 기지를 돌아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문명 대부분이 수장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부는 남았고 간신히 회복 중이었다.

폐허가 된 지구의 사람들은 망가진 TV를 통해 문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그는 지구의 희망이자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문제는 지구에는 문유를 데려올 기술이 없고, 이대로면 한정된 자원과 고독감 속에 언젠가 문유가 지쳐 죽는 것을 전 세계인이 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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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X 문유 포스터
[CJ CGV 제공]


4DX 웹툰 '문유'는 조석 작가의 동명 웹툰에 효과와 음성을 씌워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CGV가 왜 첫 4DX 웹툰의 원작으로 '문유'를 선택했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작중 저중력 상태의 달 기지 배경은 장면에 맞춰 객석이 진동하는 모션 체어와 바람·물·향기 등 효과를 내는 4DX에 잘 어울린다.

영화 초반에 문유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우주복의 산소 장치를 해제하려고 할 때 뿜어져 나오는 가스, 비상 탈출용 캡슐을 탔다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면의 정신없는 흔들림 등도 생생하게 구현됐다.

개그와 감동이 적절히 섞여 있는 원작 스토리가 매력적이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소리'로 국내 웹툰 1세대,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한 조석 작가의 작품이다.

하지만 50분 길이의 이 4DX 웹툰을 다 보고 나면 화려한 효과 말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아함이 남는다.

4DX 기술 효과를 중심으로 각색하고, 웹툰으로는 총 65화에 달하는 분량을 50분짜리 영상에 밀어 넣으면서 원작의 서사가 뭉텅 잘려 나간 탓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자발적으로 달에 남았던 네나드 박사의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문유가 네나드 박사와 천천히 관계를 쌓았고 이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전 인류가 멸망했다고 느꼈을 때보다 네나드 박사가 죽었을 때 더 크게 절망한다. 살고 싶지 않았던 문유에게 달에서 만난 박사와 캥거루 캥콩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생긴 삶의 끈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반면, 4DX 웹툰에서 네나드 박사는 문유와의 첫 조우에서 긴장감을 일으키는 재료로만 쓰이고는 금방 사망한다.

조석 작가의 개그는 차근차근 흘러가다가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의외성이 매력인데, 4DX 웹툰 문유에는 차근차근도, 의외성도 없다.

원작 특유의 블랙코미디도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면서 김이 빠졌다.

전멸당하는 러시아 함대는 노르웨이 함대로 바꾸고, 문유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계획을 가로막는 미국 대통령의 존재도 아예 빼버린 탓이다.

대부분 흑백으로 그려진 원작이 밋밋하다고 느낀 것인지 4DX 웹툰은 컬러를 곳곳에 덧씌웠다.

화면은 다채로워졌지만, 망망대해 같은 우주와 그곳에서 느끼는 문유의 고독함, 산 사람은 흑백이고 죽은 사람은 풀컬러로 나오던 아이러니함 등은 느끼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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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X 문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4DPLEX 윤현정 총괄 프로듀서
[CJ CGV 제공]


결국 4DX 웹툰 문유는 원작의 감동이나 개그, 서사를 담아내지 못한 채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다.

CJ 4DPLEX 측은 원작자와 충분히 상의한 각색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정 CJ 4DPLEX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달 29일 CGV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석 작가와는 스토리보드부터 기획했을 때 영상 보내드리고 컨펌 혹은 협의 과정을 다 거쳤다"며 "이후 네이버웹툰하고 리얼타임으로 계속 이야기하며 제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원작 '문유'에 독자들이 매긴 전체 평점이 9.96점이었고, 중국에서 이미 '문유'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두싱웨추'(獨行月球·독행월구)가 7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은 분명한 셈이다.

그런데도 4DX 웹툰 문유가 이렇게 삐걱대는 데는 4DX 기술 효과에 중점을 둔 각색에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4DX 기술도 관객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되겠지만, 웹툰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 그 자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12일 개봉. 50분. 12세 관람가.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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