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대상작…"서른까지 도전하려 했는데 29살에 붙어"
무거운 좀비물 '힐링 시트콤'처럼 풀어…"타워 밖의 우리도 좀비처럼 살지 않는지"
웹툰 '위아더좀비' 그린 이명재 작가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느 날 서울 최대 규모의 쇼핑몰 서울타워에서 좀비 사태가 발발한다. 타워는 깔끔히 봉쇄됐지만, 그 안에는 좀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남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네이버웹툰 '위아더좀비'는 좀비물이라는 무거운 장르를 힐링 시트콤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이 작품은 2020년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대상으로 선정돼 인기리에 연재 중이며 올해 부천만화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웹툰 '위아더좀비'를 그린 이명재 작가를 23일 경기 판교 네이버웹툰 사무실에서 만났다.
첫인상은 작품 속 주인공인 김인종과 똑 닮았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자신과 인종이 "무기력하고 귀찮아하고 게으른 부분에서 닮았다"며 "무엇보다 인종이 타워 안에서 살면서 살이 많이 쪘는데 저도 연재하면서 많이 쪘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인종은 타워에 갇혔지만 금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타워 안의 삶에 적응하고, '어차피 망한 인생 좀 쉬다가 나가겠다'며 눌러앉은 인물이다.
독자들은 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게으름뱅이인 주인공에 열광한다.
이 작가는 "제일 신경 쓴 부분은 공감이 가는 캐릭터였다"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입으로는 매일 '쉬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고 하니 공감이 많이 되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웹툰 '위아더좀비' |
타워 안의 삶은 일상 시트콤처럼 흘러간다.
대형 분실물 센터에 아지트를 꾸리고, 텃밭을 일구거나 동물을 기른다. 식자재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통조림을 공수해 오고 희귀품은 보부상을 통해 구한다.
이 속에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남은 사람도 있지만, 탈영이나 뺑소니 같은 죄를 짓고 두려워서, 혹은 소설의 영감을 얻거나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그들 모두에게 타워는 안식처에 가깝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도피처인데 꽤 아늑하고 더 도망가도 괜찮은 곳"으로 설정했다며 "이 안에서의 삶이 인물들에게는 소중하고 밖보다는 안이 더 좋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타워 안의 삶은 언제든지 끝낼 수 있고, 선택해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며 "바깥에서의 삶은 자의적으로 끝낼 수 없고 필연적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주인공에게는 바깥이 오히려 지옥에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인종이 출구를 찾는 장면이 꽤 빨리 등장하는데 이를 두고 "혹시 등장인물들이 갇혀있다고 생각할까 봐 안 나가는 것임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라며 "결말이 너무 급하거나 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해서 탈출구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어린 등장인물 정왕왕은 행복하게 끝내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위아더좀비'라는 제목에서 '우리'(We)의 범위에 대해 타워 안에서 좀비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물론 그 밖에 사는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타워에 갇힌 인물들이 외치는 소리에 더 가깝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타워 밖의 우리들도 좀비처럼 살지 않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했죠."
이 작가는 작품의 장르에 대해 "개그 힐링 시트콤"이라며 "처음에는 완전 개그물을 생각했는데 자의적으로 타워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휴머니즘이 자연스레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명재 웹툰 작가 |
웹툰 지망생들 사이에서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과거시험 장원급제'처럼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작가는 "30살까지만 도전해보고 안되면 입시 만화 학원 아르바이트를 거의 9년을 했으니, 학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며 "공모전을 5∼6번 떨어지다가 기존에 2년 잡고 있던 농구 만화를 버렸는데, 3개월 만에 기획하고 1∼2개월 제작한 이 작품이 잘됐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이전에는 '일하는 나'와 '그림 그리는 나'가 따로 있다면 이제는 내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모든 지망생의 1등 목표기도 하고, 가장 유명한 플랫폼에서 존경했던 작가들과 함께 연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같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로맨스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영화 '아는 여자'라는 작품을 좋아해요. 멜로나 로맨스 장르도 해보고 싶습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