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달러 환율 '패리티' 우려 부상
에너지 위기와 킹달러에 파운드화 폭락
일각서 유럽 통화위기 공포…시장 혼돈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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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0840달러까지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1파운드의 가치가 1.09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거래일 대비 4%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 이 정도 레벨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다.
파운드화 대폭락은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 직후 나왔다. 영국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내리고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이번 감세안은 197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파운드화를 내던지는 투매로 반응했다. 물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사실상 돈을 푸는 감세는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진단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영국의 경제 성장세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재나 스트리터 수석분석가는 “감세 정책은 정부의 부채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유로·달러 환율에 이어 패리티(parity·1대1 교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 최저 환율(1파운드당 1.052달러)을 밑돌 수 있다는 뜻이다.
유로화 역시 폭락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1유로당 0.9690달러를 나타냈다. 1유로를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사겠다는 호가가 나온 것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7월 중순께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8월 중순 이후부터는 줄곧 1달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첫 해인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는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대란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초강경 긴축 모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 돈이 몰리는 와중에 유로화와 파운드화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날 달러화 가치는 폭등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13.23까지 치솟았다. 200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유럽 통화위기 공포가 나온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달러화에 맞설 만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았던 게 무색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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