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증권사, 무역 적자 281억 달러 전망
IMF 직전 206억 달러보다 큰 역대 최대
상반기 생산비용도 8.7% 증가해 부담 확대
부산항의 신선대부두 전경.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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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281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1400원 대를 넘어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81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응답자의 40%(6개 증권사)는 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956년 무역수지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133억 달러와 1996년 외환위기 직전의 206억 달러를 웃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4분기(10~12월) 중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기 시작하겠지만 적자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응답 증권사 중 90%인 13개 증권사가 적자폭 정점이 8~11월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평균 내년 2월까지 적자 기조가 계속돼 앞으로 5~6개월 간 수출보다 수입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15개 증권사 대상으로 연간 무역수지 규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전경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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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는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수입 비용 증대와 대외 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 정체 영향이 크다. 실제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낸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는 “상반기(1~6월) 모든 산업의 생산비용이 1년 전보다 8.7% 늘어 2009년(10.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압력 역시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생산비용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생산비용 평균 증가율은 1.9%인 것과 비교하면 이보다 4~5배 높은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업황 악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 등으로 타격받아 전반적인 수출 경기가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는 수출 경기가 좋았지만 하반기(7~12월)로 접어들수록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수출 부진 품목은 컴퓨터, 반도체, 무선통신기기였다. 경기 불확실성, 물가 상승 등으로 각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재고 과잉이, 무선통신기기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특히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국내 각종 규제와 출산율 저하 등 악화되는 산업 환경 때문에 앞으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평균 최고가는 1422.7원이다. 최고 1480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3분의 2인 10개 증권사는 “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부담 확대로 이어져 수출 증가를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세계 경기가 위축되며 앞으로 수출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수입도 줄어들 수 있고 유가는 안정되는 추세”라며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지는 건 맞지만 위기의 전조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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