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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기자수첩]외환당국의 오락가락 환율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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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정말 환율 급등 막을 의지 있는지 의문

"달러 오른 만큼 올라"…고환율 용인 신호로 읽혀

1399원까지 뛰어 1400원 시간 문제, 1500원대 전망도 나와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대로 가면 원화 나락 갑니다. 이건 완전 (외환당국의) 정책 실패죠.”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화가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17% 가까이 급락하면서 달러화(15%) 오른 것보다 더 많이 급락하자 환율 급등에는 외환당국의 정책 실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당국 수장들이 애매 모호하고 안일한 메시지를 준 탓에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몇 달째 수시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와 각종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환율 급등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녹음기 틀어대듯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외환당국 수장들은 환율 급등이 글로벌 달러 강세 탓이고 다른 통화들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외환위기가 안 올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한다. 이중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냄으로써 도대체 당국이 환율 급등세를 꺾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 혼선이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300원, 1350원 지지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달 5일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선 ‘환율 급등세가 완화되겠구나’ 기대했지만 회의 직후 ‘원화 가치 하락폭이 크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원화)가 그 전에 덜 떨어졌다. 기간을 어떻게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응수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0원 넘게 뛰었다. 비상거금회의의 효과가 무색했다. 당시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엔 고환율을 방치하겠단 뜻으로 해석되면서 환율 급등세를 부추겼다”면서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추 부총리는 “환율 1300원대 자체가 경제 위기 징표는 아니다, 달러화 강세로 다른 주요국 통화가치도 내려가고 있어 위기 징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투기세력에 의해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외환당국 수장들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다 보니 최근 외환시장은 별 이벤트가 없는데도 거래가 뜸한 점심 때 역외 세력에 의해 연 고점을 경신했다가 외환당국이 큰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을 하고 이것도 모자라 비공식과 공식 구두개입을 반복하고 나서야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국이 눌러놓은 환율은 또 다시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외환당국에선 지난 주 금요일 외국환 은행들에 달러 거래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포지션을 매시간 보고해달라며 달러 매수 거래를 관리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외환당국이 가진 패가 별로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대한 재원과 의지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줘도 모자랄 판인데 이도 저도 아닌 ‘아마추어’ 행보는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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