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복 화보' 논란 의식해 취소 결정 했다가 번복
"구찌에 취소 통보 한 적 없어"…원칙없는 행보에 비판 목소리↑
하반기 경복궁 야간 관람이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이번 경복궁 야간 관람은 11월 6일까지 계속되며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다. 2022.9.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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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취소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졌던 명품 브랜드 구찌의 경복궁 패션쇼가 예정대로 11월 열린다.
문화재청은 청와대에서 최근 진행했던 보그 코리아 한복 패션 화보가 논란이 되자, 이른바 '경복궁 구찌 패션쇼'에 대해 지난 8월 말 전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경복궁을 알릴 좋은 기회인데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의견 등이 일자, 패션쇼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취소 당시에도 일단 논란을 피해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란 지적 또한 받았던 문화재청이었기에, 이번 결정 번복은 '갈지자 행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문화재청은 구찌 패션쇼 재개와 관련, 현재까지 어떠한 설명자료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구찌코리아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11월1일 서울 경복궁에서 '구찌 코스모고니'(Gucci Cosmogonie) 컬렉션의 패션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한국에서의 첫 패션쇼이기도한 이번 행사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상들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코스모고니는 미켈레가 지난 5월 이탈리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몬테 성)에서 선보인 새 컬렉션이다. '우주기원론'이란 뜻처럼 별자리에 담긴 신화 이야기 등을 모티브로 한다.
구찌코리아는 "문화재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화재위원회에서 제시한 조건을 맞춰 나가고 있으며, 경복궁에서 성공적인 패션쇼 개최를 준비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찌 측은 경복궁이 가진 역사적 의미에 주목했다. 구찌 측은 '세계적 수준의 천문학이 연구됐던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의 주제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겠다'며 경복궁에 대한 장소 사용을 신청했다. 문화재청 역시 경복궁의 가치를 홍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행사를 준비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위원회는 '전문가 조언을 받아 경복궁의 역사문화유산 가치를 강화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확실히 고증받을 것', '공익적인 측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등 협업이 이뤄지도록 할 것' 등의 조건을 달아 가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청와대 보그 패션 화보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면서 상황이 돌변했고, 문화재청은 패션쇼 취소를 결정했다. 기대되는 효과가 있음에도 당시 분위기에선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논쟁의 중심에 서지 않겠다며 몸을 낮춘 것일 뿐이었다.
문화재청의 취소 결정 이후 경복궁을 세계적으로 알릴 기회를 놓쳤다는 반응 역시 쏟아졌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나 이탈리아 피티 궁과 같은 역사적 공간에서 명품 브랜드의 쇼가 열리는 추세인데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그코리아 잡지의 청와대 화보 촬영과 관련된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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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측과 경복궁 관리소 측도 여론을 지켜보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8일 "당시엔 청와대 한복 화보로 여론이 좋지 않았기에 내부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며 "하지만 구찌 측에 실제로 행사 취소를 통보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찌 패션쇼 개최는 결국 경복궁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재혁 경복궁 관리소장 역시 "문화재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로 심의가 끝났기에 '행사 취소'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최 소장은 그러면서 "구찌 측도 기업 이미지 등을 우려해 행사 개최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으나 패션쇼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많은 것을 확인한 후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 전문가는 "당시 청와대 한복 화보 논란에 따라 문화재청이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의 결정을 내렸는데, 앞으로는 명확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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