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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일본 코마 골프장에 왜 다보탑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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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본 코마 골프장에 있는 한옥 그늘집(왼쪽)과 다보탑.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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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 현의 코마 컨트리클럽 입구에는 다보탑이 서 있다. 그늘집은 한옥 팔각정 건물이다. 골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곰탕이다.

이름도 한국과 관계가 있다. 코마를 한자로 쓰면 고려를 뜻하는 의미로 1000여 년 전 고구려 패망 후 도래인들이 정착한 지역을 뜻한다.

『일본서기』는 7세기 중반 표류한 고구려인들이 일본의 교토 남부에 정착해 ‘카미코마무라(上高(句)麗村)’와 ‘시모코마무라(下高(句)麗村)’라는 마을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이 골프장은 간사이 지역 재일 동포들의 정신이 담긴 곳이다. 일본 법인에서 18년간 근무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970년대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골프를 해야 했는데 재일동포들은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아 제약이 컸다. 그래서 동포들이 독자적인 골프 코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마 골프장의 건설은 간사이 지역 한국 교포들의 리더였던 고 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주도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경재 씨는 “아버지는 코마 골프장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건물과 음식 뿐만이 아니다. 코스에 미루나무도 심었는데,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고향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1970년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 교포들은 스케일이 컸다. 코마 골프장은 당시 최고 스타인 개리 플레이어가 설계했고 일본 PGA 챔피언십 등이 열린 명문 코스다.

오사카 경제인들은 1년 후 한국에 동해오픈을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이 친선을 도모하고 양국 골프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뜻으로다. 이듬해엔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한국의 신한은행은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재일 교포들은 일본 경제의 버블이 터지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코마 골프장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였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폭락, 반환 청구 요구가 빗발쳤다. 재일 교포들이 만든 관서흥은이 코마 골프장에 출자했는데 일본 금융 당국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관서흥은과 코마 골프장 양쪽에 영향력이 큰 이희건 회장이 금융 당국에 고발당했고 사재를 털어 출자금을 반환했다. 관서흥은은 2000년 사업을 접었다.

일본 버블이 터진 후 미국 자본이 골프장들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코마 골프장은 재일교포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골프장에서 8일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이 열린다. 1981년 시작된 신한동해오픈이 해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일 동포들이 만든 신한은행의 뿌리 찾기 여행 성격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기념으로 일본 PGA 챔피언십이 코마 골프장에서 열렸는데 동포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이번 대회도 교포 3, 4세에게 조상의 고향을 기억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사이 지역 재일교포들이 코마 골프장을 중심으로 뭉치지 못했다면 신한은행이나 신한동해오픈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재일동포들은 신한은행과 코마 골프장, 골프를 통해 고향과 연결됐다.

나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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