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피벗(Pivot·태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이 국내 증시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7.7원 오른1,362.6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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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을 이끈 것은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였다. 지난 한 주 동안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4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18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홀로 2조4943억원을 사들였다.
기관의 매도세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기관의 순매도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은 지난주 총 6527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물로 출회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1658억원, 1464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도 삼성전자를 2194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8559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번 주(9월 5~8일) 국내 증시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유가 등에서 인플레 둔화 흐름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할 때다. 이번 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공개되고, 통화정책과 관련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예정돼있다. 아울러 유로존의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 美·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 살펴야…인플레 둔화 흐름 단서
지난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언급을 한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 했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363.0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1일(1367.0원) 이후 13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번 주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에서도 연준의 매파적인 시각은 계속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통화 긴축 행보에 있어서 매파적인 시각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관련한 컨퍼런스에서 매파적인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기면서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가 더 적어져 한국 증시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유로존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8일(현지 시각)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의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로존 기준금리가 50bp(0.5%P·1bp=0.01%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 ECB 회의에서는 유로존 기준금리가 50bp 인상으로 결정됐었다. 유로존 내 에너지 문제가 부각됐고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 약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9.1%로 발표되고 에너지 수급 이슈가 지속하며 9월 회의에서는 75bp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신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인덱스가 재차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면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의 빅스텝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일부 방어하고 있지만, 유로존 경기로 판단하면 여전히 변동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매파적인 입장을 내비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유로화가 ECB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취약한 펀더멘털과 통화 긴축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약세 압력이 더 우세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는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와 비교될 수 있으며 달러화에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러시아 가스 공급 차단 및 유로존 내 자연재해로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고물가 및 경기 둔화가 같이 우려되는 가운데, ECB 관계자들이 매파적 기조를 밝힌 만큼 유로존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유가도 변수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신경 써야 할 변수다. 미국은 기술 산업 분야에서 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3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칩4 예비 회의는 참여국들의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해 9월 중순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의체를 주도하는 만큼 중국 당국은 칩4 구상 단계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가입 여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8월 초 미국에게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당국은 미국의 칩4 구상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 “만약 한국의 칩4 참여가 공식화되고 이에 대해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선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제 유가 흐름도 주식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주 초반 주요 산유국 감산 움직임에 급등했지만, 주 후반부터는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의 청두 봉쇄 여파로 급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긴축을 자극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져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 단서는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 압력을 자극한 유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일(현지 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의가 예정돼있다. 이 자리에서 10월 증산량이 결정된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시장 변동성과 유동성 축소로 향후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OPEC+ 회의에서는 감산보다 기존 산유량 유지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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