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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먹튀 론스타, 20년 악연…배상금·이자 4000억 어떻게 물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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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S, 손배액 6조3000억 중 2800억·지연이자 배상 결정

더팩트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ISDS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 측 청구금액 46억7950만달러 중 2억1650만 달러 및 지연 이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사진은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이 지난해 9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등 국제투자분쟁(ISDS) 진행상황에 관해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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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황원영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질긴 악연이 20여년 만에 종결됐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S)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8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면서다. 당초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6조 원에 달했지만 이 중 배상 책임이 인정된 금액은 4.6% 수준이다. 하지만, 소송비로 470억 원을 쓴 데다 지연이자 약 1000억 원까지 물어줘야 해 혈세 유출이 불가피하게 됐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ISDS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 측 청구금액 46억7950만달러(약 6조 원) 중 2억1650만 달러(약 2925억 원·달러당 1350원 기준) 및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배상금은 론스타가 당초 청구한 액수(46억8000억달러) 중 약 4.6%가 인용됐다. 재판부가 여기에 2011년 12월3일부터 이날(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약 1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배상액과 이자를 더하면 우리 정부가 배상해야 할 돈은 총 3900억 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국제소송을 하며 지출한 비용(470억 원)도 있어 국민 혈세로 내야 할 돈이 약 4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론스타의 질긴 악연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84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외환위기였던 1998년 5월,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지분 29.79%를 인수했다. 4년 뒤인 2002년 현대건설·현대차 부실 등으로 외환은행이 휘청이자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을 시장에 내놨다.

당초 국내 은행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는 곳은 없었다. 외환은행이 갖고 있던 부채 60조 원을 함께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시아 지역 부동산, 구조조정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부동산 투자 전문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2년 10월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2003년 7월 외환은행은 외자 유치를 위한 배타적 협상자로 론스타를 선정했고, 그해 9월 정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문제는 외환은행 인수가 합법적이었냐는 것이었다. 당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다. 론스타는 골프장·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해 산업자본으로 분류됐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자기자본 비율이 8% 미만인 부실 금융사를 인수할 때는 예외가 적용됐다. 이에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금융감독원에 BIS 비율을 6.16%로 보고했고, 금융당국은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 인수를 승인했다.

하지만 2년 뒤, 외환은행의 부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은행 이사회가 보고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10%였지만, 금감원 보고 때 해당 수치를 낮췄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4년 외환은행 주가가 급등하며 론스타가 1조 원가량 평가 이익을 얻자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론스타는 2006년 1월 외환은행 재매각에 나섰고, 같은 해 3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내정했다. 매각금액은 6조 원대로 인수 금액의 3배 수준이었다. 이강원 전 은행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줄줄이 기소되는 등 헐값 매각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자 론스타는 국민은행과의 매각 계약을 파기했다.

이후, 이듬해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 원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해 12월 HSBC가 금융당국에 인수승인을 신청했지만, 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외환은행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환은행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 매각은 무산됐고, 론스타는 2년 뒤인 2010년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재개, 하나금융과 3조9157억 원에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재판 등으로 금융당국 승인이 지연됐고,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에 넘겼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7년 만에 매각차익·배당금 등을 포함해 4조7000억 원의 차익과 먹튀 논란을 남기고 떠났다.

론스타는 거액의 수익을 얻었음에도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2006년 외환은행 매각 추진 당시 금융위원회가 거래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하고, 국세청이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부당한 과세 처분을 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재판을 받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 심사를 연기했다고 맞섰다. 과세 문제와 관련해선 론스타가 면세 혜택을 위해 내세운 벨기에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인 점을 고려했다며, 차별적인 과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20년 11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달러를 제시했으나 정부는 공식 협상안이 아니라고 보고 거절했다. 이번 판결로 20년 질긴 악연이 끝났으나 정부는 배상액과 지연이자 등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 론스타는 이번 손해배상액까지 합해 모두 5조 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거뒀다.

ISDS는 단심제로, 이날 재판부 결론은 대법원 상고심처럼 확정적 효과를 가진다. 판정문 수령 120일 이내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취소 신청은 △중재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한 경우 △절차 규칙에서 정한 사항에 일탈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에 할 수 있다.

정부가 취소 신청에 나설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취소 신청으로 배상금 지급시기가 늦어질 경우 이자액이 늘어나 추가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취소 신청은 항고심이 아닌 재심 성격인 만큼 인용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배상금 지급 규모 및 시기가 결정되면 예산지출 방식을 확정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판정 내용을 분석해 이날 오후 1시 세부내용을 설명한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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