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인 그리스로 넘어가기 위해 이주자들이 튀르키예-그리스 국경에 몰려들고 있다./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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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유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리스가 튀르키예 국경 지대에 세워져 있는 불법 이민 차단 울타리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4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튀르키예 접경 지역 에브로스강 일대에 설치돼 있는 약 40㎞ 길이 펜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번 달에만 벌써 2만5000명 이상이 튀르키예 국경을 넘어 불법 이민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유엔난민기구 자료를 인용, 이 같은 수치는 올해 그리스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수의 3배를 넘어서는 “매우 큰 수치”라고 전했다. 아프간 난민의 대거 유럽 이동이 예고됐던 지난해 8월 그리스는 이 펜스를 확장했고, 이번에 다시 차단책 강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 펜스는 튀르키예로부터 매년 수만명씩 유입되는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막기 위해 2012년 설치됐다. 이에 당시 그리스는 미국이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1050㎞ 길이 밀입국 방지 장벽을 예시로 들면서 “터키와 국경(206㎞) 전체에 울타리를 두르겠다”고 공언했지만,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하지만 2015년 시리아 내전에 의한 난민 위기 때 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주민이 그리스로 넘어오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스는 튀르키예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데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중동과도 마주 보고 있어 난민들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 구실을 해 왔다. 난민 대다수가 노숙을 하면서 국경 인근 도시 환경이 악화하고 당국 및 국민 불만도 쌓여왔다고 그릭리포터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유럽연합(EU)과 인권단체들이 제공하는 난민 정착 프로그램도 이들을 모두 감당하긴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그리스 당국은 육로와 해로 국경 경비 및 보안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공공질서 장관은 “튀르키예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난민 수천명에게 의도적으로 그리스 불법 이민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안보에 매우 강도 높은 위협이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튀르키예 당국과 인권단체는 “그리스가 자국 영토에 들어온 망명 신청자들을 불법으로 거부해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리스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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