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왔습니다. 명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기준치의) 150%까지 외환보유고 쌓으라 얘기할 사람 없고요. (중략) IMF 기준 150%의 외환보유고 쌓는다고 하면 아마 IMF가 찾아와서 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
'외환보유고를 더 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말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대답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케 한다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2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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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있긴 하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이야기 만은 아니라는 게 이 총재 진단이다. 환율 상승의 이유도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유동성 문제, 신용도 문제 등에서 야기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보유고를 더 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 고환율 자체가 표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짚었다. 중요한 것은 환율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상승압력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9원 내린 1335.29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2일 환율이 1345.5원(종가 기준)으로 연 고점을 경신했으며 현재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고가 기준 1357.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 중이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지난 23일 외환 당국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안정되지 않으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현재 강달러 현상에 대해 "금리 기대감이 변동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의 환율이 (달러 대비) 절하됐다"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강달러 지속으로 인한 외화 유출 등을 대비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더욱 쌓아야 한다는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6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며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지위가 순 채무국이 아닌 순 채권국으로 바뀌었다는 게 이유다.
이미 금고에 달러가 충분한 데다가 빚을 갚아야 하는 국가가 아닌 빚을 받아야 하는 국가로 지위가 바뀐 터라 인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 이 총재가 "IMF 직원 그 누가 와도 우리나라에 외환보유액을 더 쌓으라고 조언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다만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올라가는 것 그 자체보다는 원화 가치 절하됨으로서 생기는 물가 상승 압력, 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져서 국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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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이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에 비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봤다. 6월과 7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6월과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6.0%, 6.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총재는 "2개월간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해 이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물가 정점은 전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한은 역시 고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전망치다. 올해 하반기 평균 예상치는 5.9%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는 5~6%대의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더라도 고물가는 연중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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