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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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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 위성, 러시아 발사체 안 쓴다…우주 개발 협력 사실상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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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크라 침공 제재 차원 천문연 제작 소형 위성 '전략물자' 판단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소유즈 발사체 이용 불가능해져

차중형 2호-아리랑 6호 등 다른 위성들도 마찬가지 상황

30년 걸친 한-러 우주 개발 협력, 전면 중단 위기

아시아경제

지난 3월 러시아연방우주국 관계자들이 국제 제재에 반발해 소유즈 발사체에 붙여 있던 태극기를 비롯한 관련 국가 깃발을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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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 정부가 한국천문연구원의 소형 위성에 대해 '전략물자'로 판정해 러시아 발사체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지난 30여년간 이어 왔던 우주 개발 협력 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25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은 지난 17일 천문연이 개발한 우주 날씨 관측 소형 위성 도요샛에 대해 "(제재 대상인)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천문연은 또 이틀 후 산자부 담당 부서에 도요샛 위성의 러시아 반출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전략물자는) 2월 말 제재 조치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국제 제재 동참 차원에서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품목의 대러 수출을 금지했다. 또 비전략물자지만 미국이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반도체ㆍ정보통신ㆍ센서ㆍ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에 대해서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천문연이 당초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도요샛 위성을 발사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전쟁 종료 및 제재 해제가 되지 않는 한 위성들을 러시아로 반출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천문연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기지급한 78만달러(총 120만달러의 65%)의 발사 대금이 문제다. 천문연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라 지난 6월로 연기된 와중에 전쟁의 불똥을 맞게 됐다. 러시아가 대러 제재 참가국들의 위성 발사를 거부한 사태에 휘말린 것이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러시아 측과 내년 상반기 발사를 논의 중이었는데 수출 금지 물품이라는 판정을 받게 됐다"면서 "기지급된 대금을 포기하고 다른 발사체를 이용하기도, 그렇다고 대금을 돌려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요샛 위성은 중량 10kg 이하의 나노 위성 4기로 구성돼 있다. 세계 최초로 소형 위성 편대 비행을 통해 태양풍 등 우주 날씨, 오로라, 지구 자기 폭풍 변화를 관측해 지구의 전리권과 지구의 자기권에 존재하는 다양한 플라즈마 현상들을 관측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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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올해 내 러시아와 발사 계약돼 있던 다른 위성, 즉 차세대중형위성 2호(차중형 2호), 다목적 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 등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리랑 6호는 러시아 앙가라 로켓에 실려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중형 2호는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각각 올 하반기에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 두 위성은 도요샛에 비해 훨씬 더 정밀하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부품들로 조립돼 있어 대러 제재 물품 목록에 포함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대러 제재에 따라 위성 반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한국의 대러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지난 30년 가까이 계속됐던 한ㆍ러 우주개발 협력도 사실상 단절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우주인 배출 프로그램(2008년)을 실시하는 한편 나로호(2013년) 발사 등에 협업하면서 유인 우주ㆍ로켓 제작 기술 등을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상당수의 위성을 가장 값 싼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궤도에 올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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