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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단독] 대선 앞두고 ‘제2 드루킹’ 활동했다… ‘尹, 대장동 연루’ 글 추천수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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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의자 기소 의견 송치

조선일보

한 인터넷 매체는 대선 직전 3월6일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기사를 음성 녹음 파일과 함께 보도했다. 통화는 김만배씨와 ‘신학림’이라는 사람 간 대화였다. 이 매체는 기사에 “김만배씨가 한 지인과 나눈 대화의 음성 파일을 뉴스타파가 입수했습니다. 대화 당사자는 현직 기자 시절 김씨와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제3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처럼 신씨를 소개한 것이다. 확인 결과 신씨는 이 매체로부터 취재 용역으로 수천만원을 받아 온 '내부자'였다. 내부자를 제보자처럼 보이도록 구성한 보도였던 셈이다. 이 보도를 담은 게시물은 이번 엠팍 조작 사건의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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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장동 특혜 개발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만들어 다수 주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그 게시물에 대한 추천수를 조작해 유명 커뮤니티 상단에 노출시킨 ‘신(新)드루킹’의 존재가 경찰에 확인됐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선 직전인 3월7일 새벽 무렵 컴퓨터 등을 이용해 월 2000만명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MLB파크(엠팍)에서 기계적 조작으로 특정 게시물의 추천수를 올린 용의자를 서울 동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넘겼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컴퓨터 등을 이용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대선 직전인 3월6일 오후 9시 22분, 한 반(反)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장동 특혜 개발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물을 제작·유포했다. 몇 시간이 지난 3월7일 새벽, 국내 주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 영상물을 요약한 게시물이 올라왔고, 순식간에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 화면상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 부정한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엠팍의 경우 새벽 2시53분 ‘(추천주의!!)화천대유는 윤석열의 봐주기 수사가 시작이었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 글에, 만 10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날 낮 12시40분 기준 2330개의 추천이 붙었다. 글은 단숨에 메인화면의 ‘추천순서로 보기’ 상단을 차지했다. 엠팍에서 ‘추천 2330개’는 평소 최다 추천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전 5일(3월2~6일) 일일 최다추천 개수는 각각 438-225-304-266-413개였다.

엠팍 내부에서 조작 의혹이 일자 운영진은 3월7일 오전 게시물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확인 결과 지금은 삭제된 게시물(윤 후보 의혹 제기 게시물)의 이미지 태그에 특정 게시물을 자동으로 추천할 수 있는 URL(인터넷 주소)이 삽입돼 있었다”라고 공지했다. 게시물에 함께 올라온 이미지 태그에 추천수를 조작하는 URL이 심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최다추천 게시물 자동 추천 URL이 삽입된 게시물을 업로드한 사용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엠팍 만이 아니었다. 문제의 보도는 3월6일 오후 각종 커뮤니티에 게시물로 올라갔고,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추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좋아요’ 수가 조회수 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는가 하면 자정쯤 2만개 넘는 댓글과 추천수가 몰리는 등의 특이현상이 발생했다. 한 커뮤니티 사용자는 “내 계정으로 들어가 보니, 내가 보지도 않은 게시물에 추천 버튼이 눌려 있었다”고 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선 ‘드루킹과 같이 특정 세력의 지시를 받은 신드루킹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용의자가 몇 명인지, 조직적이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서울 동부지검 관계자 역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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