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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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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發 통화가치 하락…美·유럽 정부, 2년간 '빚' 부담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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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년 인플레로 화폐가치 하락…정부 부채 가치도↓

美 4300조원, 유럽 1750조원 부담 경감…"사실상 稅수입"

올해는 공격적 긴축…"인플레 대응 실패시 스태그플레이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지난 2년 간 높은 물가상승률에 시달려 왔지만, 정부의 ‘빚’ 부담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덕분에 경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면서 부채 가치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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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토대로 2020년 기준 미국과 유럽의 정부부채 40조달러(약 5경 3660조원)에 2021~2022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미 정부 부채가 3조 2000억달러(약 4293조원), 유럽 부채가 1조 3000억달러(약 1744조원)각각 경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고정 이율 채권의 금전적 가치도 하락한 영향이다.

경감액은 지난 2년 동안의 미국과 유럽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선진국들의 소득세(GDP 대비 8% 전후)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인플레이션세(稅)’라고도 불린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영국 경제학자 존 케인즈는 인플레이션세에 대해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빚 부담 경감 및 세수 증대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정부의 채무 잔고는 명목 GDP 대비 119%로 5년새 3배 가량 급증했다. 당시 미 정부와 연방준비이사회(FRB)는 힘을 합쳐 금리 인상을 억제했고, 인플레이션은 한때 14%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크게 줄었다.

미 정부는 이후 인프라 개발 등 전후 수요를 살리는 방식으로 경제 부흥에 힘쓰면서 세수를 늘려나갔다. 1950년대 들어 실질 GDP가 연평균 3% 성장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을 흡수했고, 그 결과 1950년대 중반엔 명목 GDP 대비 채무 잔고가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 채무가 급증하고,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 등이 지원하는 유럽 부흥 계획 ‘마셜 플랜’을 실행, 1940년대 연평균 0%대였던 성장률을 1950년대엔 5%대까지 끌어올리며 같은 방식으로 재정을 개선했다.

이번에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대응을 잘못할 경우 1970년대 석유파동 때와 같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한다는 의미여서 자칫 국민 부담만 키우고 정부 재정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에 달러화는 이미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줄어들었던 부채 부담도 일부 다시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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