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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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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픽!] 불신과 탐욕의 늪…타임워프물 '벽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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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옆방 2003년 남자와 2022년 여자…인간본성 초점 맞춘 스릴러

연합뉴스

웹툰 '벽간소음'
[네이버웹툰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시공간을 건너뛰어 편지 또는 무전기, 전화 등으로 과거와 현재의 사람이 소통하게 되는 타임워프물은 대중매체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장르다.

이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현재에 있는 등장인물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믿게 되고 미래를 바꿔나간다는 데 있다.

웹툰 '벽간소음'은 친숙한 타임워프물에 인간 심리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불신과 이기심을 섞어 스릴러로 빚어낸 작품이다.

여주인공 은선혜는 돈 때문에 창문도 없고 방음도 안 되는 여성 전용 '뿌리고시원'에서 산다.

2주 전부터 가끔 들려 온 시끄러운 남자 목소리에 짜증이 나 벽을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이다가 급기야는 옆방에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벽 너머에 있던 것은 2003년을 사는 대학생 한정민. 두 사람은 19년의 세월을 넘어 고시원의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연합뉴스

웹툰 '벽간소음'
[네이버웹툰 캡처]


여기까지는 익숙한 타임워프물이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 모두 가난에 찌들어 돈에 대한 열망과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차별점이다.

은선혜는 자신이 로또 당첨 번호를 넘겼다가 한정민이 돈만 꿀꺽 삼키고 자신을 배신할까 봐 결정적인 정보를 주는 것을 주저한다.

한정민은 은선혜가 망설이는 동안 입대 날짜가 다가오자 정신적인 한계에 내몰리다가 검지 손가락을 자르기까지 한다.

둘은 협력하지만, 이들을 묶어준 것은 신뢰가 아닌 돈이다.

중년의 한정민이 은선혜를 찾아와 매달 1억원씩 이체해줄 테니 과거의 자신이 더 큰돈을 벌 수 있도록 진짜 투자 정보를 넘기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남녀 주인공 간의 로맨스는커녕 인류애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는 둘이 언제까지 공생 관계를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둘의 불신과 함께 주변 인물들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들의 대학 선배와 동기가 우연히 비밀을 알게 되자 둘은 입을 막기 위한 방법을 고심한다. 한정민은 미래의 대형 사고나 연쇄살인범 정보를 파악해 학교 선배를 죽음으로 내몰려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탐욕이다. 몇 번의 투자로 둘 다 외제 차를 타고 좋은 음식을 먹게 됐지만,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해 부자가 되고서도 고시원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찾아오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2003년을 배경으로 신용카드 대란과 지하철 화재 사건, 연쇄살인 사건 등 실제 주요 사건은 물론 싸이월드, 디지털카메라 등 시대적인 요소들도 잘 활용한 점도 작품의 매력이다.

이 작품은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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