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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감히 내 앞 타자를 고의사구? 김하성, 156㎞ 직구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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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올 여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샌디에이고 김하성. 10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선 8회 2루타를 터트렸다. [USA투데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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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7)이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수비 실력이 탄탄한 데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눈이 띄게 좋아졌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1-3으로 뒤진 샌프란시스코는 8회 말 2사 2루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다. 오른손 투수 도미닉 레온은 왼손 타자 크로넨워스를 피해 7번 타자 김하성과의 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초구와 2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헛스윙에 그쳤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공은 놓치지 않았다. 레온의 시속 96.7마일(약 156㎞)짜리 높은 직구를 때려 좌중간으로 날려 보냈다. 원바운드된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인정 2루타가 되면서 2루 주자 조시 벨은 홈을 밟았고, 크로넨워스는 3루에서 멈췄다. 타점 한 개를 아쉽게 놓쳤지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앞선 타자를 거르고 자신을 선택한 상대 투수 레온을 응징한 셈이다.

김하성은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이후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 말 매니 마차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7-4로 역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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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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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김하성의 방망이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7월 월간 타율 0.314(70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MLB 진출 이후 처음 월간 타율 3할을 넘겼다. 8월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10경기에서 안타 14개(타율 0.273)를 때려냈다. 시즌 타율은 0.248(343타수 85안타)까지 올라갔다. 올스타 휴식기에도 쉬지 않고, 최원제 코치와 타격감을 유지하려 애쓴 결과다.

OPS(장타율+출루율)는 0.696으로 MLB 전체 유격수 중 15위다. 안타(85개) 중 3분의 1이 장타(2루타 18개, 3루타 3개, 홈런 6개)다. 볼넷(36개)도 이미 지난 시즌 숫자(22개)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시즌(타율 0.202, 8홈런, OPS 0.622)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성적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건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다. 메이저리그 첫 해인 지난 시즌 김하성이 직구를 공략해 기록한 타율은 0.155(98타수 15안타)에 그쳤다. 특히 시속 151㎞를 넘는 공에는 0.104(48타수 5안타)에 머물렀다. 타율도 타율이지만, 장타를 못 쳤다. 장타율이 0.299에 머물렀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김하성이 직구를 쳐 만든 득점가치는 -7점이었다. 김하성이 직구를 친 결과로 팀 전체 득점이 7점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년 차를 맞은 올해는 +5점이다. 패스트볼을 공략한 타율(0.262)은 크게 상승했다. 장타율은 0.481까지 상승했다. 후반기 첫 홈런도 시속 91.4마일(약 147㎞)짜리 직구를 때려 만들었다. 지난해엔 어떻게든 배트에 공을 갖다 맞히려다 약한 타구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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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된 빠른공 대처 능력


올 시즌 김하성은 투구 리듬에 맞춰 다리를 드는 레그킥을 작게 하는 등 타석에서 움직임을 줄였다. 호쾌했던 스윙 궤적을 간결하게 하고, 스윙 스피드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김하성은 “(빠른 공 대처를 위해) 타격 폼을 약간 수정했는데 그 덕분인 것 같다. 경험을 통해 이제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냉정하게 보면 김하성의 타격은 리그 평균 정도다. 하지만 수비는 최상위권이다. 김하성은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 6점을 기록해 전체 유격수 중 6위에 올라있다. 김하성이 유격수로 나섰을 때 수비로만 6점을 줄였다는 의미다. 3루수로 나섰을 때도 2점을 기록했다. 실책은 고작 4개뿐이다.

김하성은 올해 팀이 치른 113경기 가운데 96경기(유격수 79경기, 3루수 17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곧 위기가 온다. 손목 부상을 당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이달 중순 복귀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듯하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타티스도 화려한 수비를 하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에 비해 김하성은 MLB 최고 수준의 수비를 하고 있다”며 “샌디에이고는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타티스를 외야수로 쓸 계획도 가지고 있다. 타티스는 유격수로 뛰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타티스가 돌아오더라도 김하성의 출전 기회가 줄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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