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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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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도 패한 한국남자배구, 경쟁력 없는 냉혹한 현실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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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과감한 변화 절실

연합뉴스

태국의 환호, 한국의 좌절
(서울=연합뉴스) 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9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남자배구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태국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숙원인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또 한 번 자각했다.

세계랭킹 32위인 한국은 9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52위)에 세트 스코어 2-3(25-17 25-23 19-25 23-25 12-15)으로 패했다.

한국은 태국보다 세계랭킹은 20위나 높았고 신장도 월등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전광인(현대캐피탈)과 정지석(대한항공)이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자대표팀은 '1진'이었다.

한국 최고의 세터 한선수(대한항공)가 공격을 조율했고, 나경복(우리카드), 허수봉(현대캐피탈), 곽승석, 임동혁, 김규민(이상 대한항공) 등 V리그 스타들이 호흡을 맞췄다.

젊은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한국전력)도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키 186㎝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콘한 아몬텝(18점), 194㎝의 아웃사이드 히터 비니즈디 나파데트(27점)를 막지 못했다.

태국전에서 한국 공격을 주도한 임동혁(23점)의 키는 200㎝, 나경복(20점)은 198㎝다.

블로킹 득점에서도 한국은 11-13으로 밀렸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한국은 단조로운 공격을 이어갔고, 결국 태국 블로킹의 먹잇감이 됐다.

한국은 35개의 실책을 남발해 24개에 그친 태국보다 경기 운영 능력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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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의 오픈 공격
(서울=연합뉴스) 임동혁(오른쪽)이 9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과의 경기에서 오픈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8년 출범한 상위 16개 국가가 출전하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첫해(2018년) 최하위에 머물러 다음 대회 출전권을 잃은 이후 다시는 그 수준에 돌아가지 못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올해 7월 챌린지컵을 서울에서 개최하면서 VNL 복귀를 노렸다.

안방에서 2022 FIVB 발리볼챌린저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2023년 VNL 출전권을 확보하고,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세계랭킹을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희망이었다.

첫 경기에서 호주(40위)를 꺾긴 했지만, 4강전에서 튀르키예(17위·터키)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위 결정전에서 체코(24위)를 꺾고, 3위로 대회를 마감한 한국은 사실상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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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킹 시도하는 임동혁과 최민호
(서울=연합뉴스) 임동혁(오른쪽)과 최민호가 9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과의 경기에서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올림픽 본선에는 개최국 프랑스를 포함한 총 12개국이 출전한다.

내년 9월 또는 10월에 열릴 파리올림픽 남자부 예선에 나서는 팀은 총 24개국이다. 24개국은 3개 조로 나눠 예선전을 치르고 각 조 상위 2개 팀이 본선행을 확정한다.

남자부 예선에 출전하는 팀은 내년 9월 12일 기준 FIVB 세계랭킹 1∼21위와 개최국 3개 팀이다.

FIVB는 3개국에서 벌이는 올림픽 예선전 개최권을 랭킹 24위 안에 든 국가에 '우선 배정'할 예정이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파리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하는 팀은 세계랭킹 상위 24개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랭킹 32위인 한국은 순위를 높일 수 있는 2023년 VNL 출전권을 놓쳐 사실상 파리올림픽 예선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남은 5장의 파리올림픽 출전권은 2024년 VNL 예선 라운드 종료 직후 세계랭킹이 높은 5개 팀이 받는다. 세계랭킹 12위 안에 들어야 파리올림픽 본선행 추가 티켓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 남자배구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은 불가능하다.

AVC컵에서 '극적인 반전'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확인했다.

'8년 만의 AVC컵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태국에 덜미를 잡힌 바람에 우승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에 C조 1위 일본(9위)와 예선 2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일본은 한국이 챌린저컵에서 3-2로 힘겹게 꺾은 호주를 AVC컵 예선에서 3-0으로 완파했다.

한국과 호주는 12일 오후 8시에 예선 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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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전을 지켜보는 임도헌 감독
(서울=연합뉴스) 임도헌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9일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과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임도헌 한국 대표팀 감독은 챌린저컵이 끝난 뒤 "강한 팀과 계속 붙어야 우리 선수들이 성장한다"며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남자배구는 '강하지 않은 팀'도 압도하지 못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V리그는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프로배구리그'다. 그러나 리그의 안정이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태국전 패배의 충격을 한국 남자 배구 반등의 동력으로 승화하려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임도헌 감독도 "세계적인 팀은 속공도 속도를 조절하고, 스파이크의 강약도 조절한다.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해야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며 "전위에서 속공을 시도하지 못할 때,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등 또 다른 시도도 해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파이프 공격을 할 때 세터는 미들 블로커 속공보다 조금 느리게 세트를 하고, 실제로 공격하지 않는 미들 블로커도 상대를 속이기 위해 '공격 동작'을 취재야 한다. 공격수의 빠른 움직임도 필수다.

방법은 알고 있지만, 아직 파이프 공격을 자주 시도할 만큼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

한국 남자배구는 세계 정상급 무대가 아닌, AVC컵에서 냉혹한 현실을 확인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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