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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토)

[박노승 골프칼럼] (60) 윤이나를 보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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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윤이나. [사진=KLPGA]



윤이나의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규칙 위반”이다. 그러나 윤이나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규칙 위반 때문이 아니라 “속임수(Cheating)"를 썼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쓰다가 적발된 선수들에게는 치터(Cheater)라는 별명의 주홍글씨가 평생 동안 따라 다닌다. 치터가 얼마나 치욕적인 별명인지는 윤이나의 선수생활 내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치팅의 역사
골프 역사에서 치팅의 기록은 매우 드물다. 골프에서는 치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때로는 완전 범죄로 끝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치팅 기록은 1985년 영국의 디오픈 예선대회에서 일어났던 케이스이다. 스코트랜드의 데이비드 로버슨이라는 선수가 그린 위에서 반복적으로 볼을 홀 가까이에 옮겨놓고 치다가 적발된 사례이다. 스무 살이었던 로버슨의 캐디 코널리가 9홀이 끝난 후 로버슨의 치팅을 신고하여 적발 되었는데 대회 주관자인 유러피언 투어는 로버슨에게 평생 출전정지의 중벌을 내렸고 유망주였던 로버슨의 선수경력도 끝났다.

아직도 불분명한 당시 상황
6월 16일 목요일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가 레인보우힐스에서 시작되었는데 윤이나는 6시 35분 첫 조로 10번 홀에서 스타트했다. 가족이나 코치 이외에 갤러리는 없었다. 선수들은 14번 홀 그린에서 문제가 생긴 15번 홀 티잉 구역까지 오르막길을 카트로 이동했고 가족들은 걸어갔으므로 선수들이 티샷을 이미 시작한 후 가족들이 도착했다. 티샷 후 세컨샷 지점까지도 경사가 너무 가파른 길이라서 선수들을 다시 카트로 이동시켰다. 가족들은 티샷 때 처럼 카트를 따라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윤이나가 세컨샷을 칠 때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볼이 바뀌는 순간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선수와 캐디 뿐이었는데 이 상황은 윤이나 사과문의 해명과는 차이가 있다.

필자는 레프리로 활동하면서 한국오픈에서 김비오 선수의 오구 플레이를 자진신고 받아 처리 했었고 학생대회에서도 신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오구 플레이는 윤이나 처럼 그린에 도착해서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때 선수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레프리를 부른다. 윤이나가 레프리를 부르지 않은 순간이 속임수의 시작인데 그 이후 윤이나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효성 없는 대한골프협회의 징계
한국여자오픈에서 발생한 사건이므로 주관 단체인 대한골프협회(KGA)가 징계 절차를 밟고 있지만 KGA는 윤이나에게 실효성 있는 징계를 내릴 수 없다. KGA에게는 선수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기껏해야 향후 몇 년 동안 또는 평생 동안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이다. KLPGA의 30개 대회 중에서 겨우 1개 대회의 출전이 금지된다는 사실은 선수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징계이므로 윤이나에게는 상징적인 징계일 뿐이다. R&A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어떤 징계를 내릴지 알 수 없지만 필자는 평생출전금지의 처벌을 의심하지 않는다.

책임을 미루는 KLPGA
사실 윤이나에게 실효성있는 징계를 내려야 하는 단체는 KLPGA인데 그들은 KGA의 징계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이나는 KLPGA의 정회원이고 한국여자오픈은 KLPGA의 정규대회 중 하나로 상금 등의 통계를 모두 인정하면서, 징계절차는 KGA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자기의 회원이 저지른 속임수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징계하는 대신 타 단체에 징계 수위 결정의 책임을 전가하고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며 골프팬들은 KLPGA에 대한 신뢰감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KLPGA는 회원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책임이 있으므로 KGA와 별개로 진상을 파악하고 골프게임의 정신과 윤리, 그리고 상식에 따른 징계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골프 팬들과 미디어, 그리고 골프선수들과 가족들이 KLPGA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 골프 신뢰성의 위기
세계의 골프계가 윤이나 사건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는 이유는 골프 역사에서 처음 일어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임수가 나왔기 때문인데, 이 사건은 골프 역사에서 한국골프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전 세계의 골프인들이 납득할 만한 징계 없이 온정주의에 따라 불공정하게 처리할 경우 한국 골프 전체의 신뢰성에 의심을 받는 것은 물론 해외로 진출한 우리 선수들도 외국선수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활동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또 KLPGA 출신의 해외파 선수들이 느끼게 될 수치심을 치유할 방법도 사라지게 되고, 한국에서 활동 중인 정직한 현역 선수들에게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것이다.

윤이나에게 상식적인 중벌을 내려서 선수경력이 중단되면 징계절차가 마무리 되는데, 그 다음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골프팬들의 합의를 받아 복귀를 검토하는 것은 또 다른 절차의 시작이다. 팬들을 열광시키며 깜짝 등장한 수퍼스타를 보내야 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윤이나는 징계를 받아들이고 제 2의 출발을 준비하기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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