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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차 탈 힘도 없었다"…'헌트' 신인감독 이정재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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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차 베테랑 배우 이정재가 신인 감독으로 돌아왔다.

데뷔 후 평생을 톱스타로 살아온 이정재. 국내에서는 이미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전성기까지 거머쥐며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이정재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각본 작업만 4년이 걸린 첫 연출작 '헌트'로 관객들과 만난다. 각본, 연출, 주연까지 1인 3역을 해냈다. 첫 영화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도 초청되는 쾌거를 맛봤다. '청담 부부'로 불릴 만큼 막역한 정우성과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한 스크린에 담겼다. 10일 개봉하는 '헌트'는 전체 예매율 1위(9일 오후 기준)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재 역시 정우성과 함께 각종 웹 예능,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며 '홍보요정'을 자청했다. 그만큼 '헌트'가 이들에게 지니는 의미는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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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만 봤을 땐 모두의 지원사격 속에서 순탄한 여정이었을 듯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배우가 도전하는 영화, 절친과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 이정재는 "거절도 많이 당했다. 그래서 결국 연출도 직접 하게 됐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내가 뭐라고 이걸 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었다"며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다. 살도 많이 빠졌다. 칸영화제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편집을 바꾸기도 했다. 가족, 친구들 만날 시간, 잠 잘 시간 아꼈다. 개봉 전까지도 이러한 패턴의 반복일 거 같다"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비쳤다.

-국내 시사 후 반응이 좋았다. 칸영화제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칸에서 해외 분들이 봤을 땐 로컬 색이 짙다는 반응이 있었다. 한국 사회나 역사에 대해서 이해도가 있어야 재밌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서 자책도 하고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각색을 다시 했고 수정도 많이 했다. 정보가 많을수록 헷갈릴 거 같아서 조금 더 날렵하게 하려 했다. 디테일하게는 숨소리를 좀 더 넣고 싶은 곳에 호흡을 넣고 하는 등 감정도 더 넣었다."

-'진짜 이정재가 만든 게 맞냐'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호평이다.

"증인단을 만들어서 배포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하하."

-시대상이 짙은 작품이다. 사람 이정재로서 그 시기를 살아 본 인상이나 기억이 있을까.

"어렸을 때 신촌에서 살아서 최루탄 냄새가 익숙하다. 일주일에 4~5일을 맡을 정도였다. 동네 아저씨들 나오셔서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생활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많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봐왔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시위가 심할 때의 기억이 크진 않다. 나중에 성장하고서 내가 어렸을 때 알았던 사회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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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부담은 없나.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굳이 내가 왜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에 넣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자칫 잘못 했을 때 비난과 안 좋은 영향들이 혹여나 다음에 연기 생활을 할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까지도 느낄 정도였다. 첩보 장르라는 것에만 집중해서 현대극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주제가 잡히면서 이 나이를 가진 사람으로서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결합하는데 꽤 어려움이 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포기하려고 글쓰기를 중단했었던 일도 있었다. 모든 감독님이 못한다고 했는데 내가 뭐라고 한다고 했을까, 아집은 아닐까 생각도 했다."

-함께 작업했던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과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개봉하게 됐다.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 영화끼리 경쟁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잘 돼야 한다는 충무로 감성이 있는 거 같다. 영화인들끼리는 끈끈함이 있다. '비상선언' 시사 때 (정)우성 씨랑 함께 가서 응원도 했다."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정치적인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양쪽의 말이 어느 땐 어디가 맞고 언제는 또 어디가 옳을 때도 있고 하니까 양쪽 다 맞다는 중간자 입장, 즉 중도라고 볼 수 있는 나였다. 그런데 탄핵도 있고 한창 시끄러운 시기에 우리는 왜 편이 나눠진 거처럼 갈등할까 생각했다. 연예 뉴스보다 정치, 사회 뉴스가 훨씬 많고 다이내믹 했던 때였다. 그쪽으로 좀 더 주제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나의 신념은 옳은 것인가, 우린 왜 대립하고 분쟁해야 하는가에 대해 주제가 잡혔다. 그다음부터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이런 주제라면 우리가 이야기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포기에서 용기로 가다 보니까 훨씬 더 과감해진 거 같다."

-정치적인 시선에 대한 부담감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었다. 단 1이라도 치우치면 이 주제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밸런스 잡는 게 중요했다. 그거에 좀 더 고민했다.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하면서 어떻게 보셨는지 의견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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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사고초려' 출연에 대해.

"워낙 가깝고 두터운 친구다 보니까 시나리오가 큰 틀에서 바뀔 때마다 보여줬다.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작품 7개를 했다. '대립군'서부터 '신과 함께 1, 2',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징어 게임', '보좌관' 등을 찍다 보니까 시나리오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거 같다. 우리 둘이 ('헌트'에) 나오면 더 많은 분이 기대를 하실테니 그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있었다. 세 번 연속 거절당하고 네 번째 만에 성사됐다. 우성 씨 결정에 서운하진 않았다. 서로 서운해하는 부분이 잘 없고 이것도 다 일이지 않나. 충분히 이해한다."

-정우성의 증언에 따르면 연출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다고.

"체력이 많이 저하되더라. 촬영 끝나고 차에 타는 게 어려울 정도로 힘이 빠졌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싶다가 햄스트링 파열이 오기도 했다. 열흘간 목발과 함께했다. 이 촬영이 연기자가 연출하는 거에 대한 리스크를 다 안고 시작한 작품이라, 작은 실수도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많았던 거 같다."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해보니 어땠나.

"연기, 연출 같이 하는 게 장점도 있다. 시나리오 쓰고 수정도 하다 보니까 배우로서는 좀 더 작품에 빠져있는 것도 장점이 된다. 좀 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까 수정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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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연출 무엇이 더 어려운가.

"연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었다면 좀 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시 찍고 싶은 장면도 있고, 이럴 땐 도망하고 싶다. (감독으로서) 데뷔작이니까 양해 좀 부탁드린다는 말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연출 데뷔작으로 칸도 다녀왔다.

"칸영화제 같이 국제적인 영화제에 출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헌트'를 통해 말한 이런 주제는 사실상 한국만 느끼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라를 불문하고 좀 더 많은 관객분과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칸영화제에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한재덕 대표님은 칸에 많이 갔던 분이고 나와 우성씨는 한 번씩 갔던 사람들인데 가장 의미 있는 영화인 동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한재덕 대표님과 우성씨와 한 작품으로 가니까 개인적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동료 영화인 분들에게 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까 책임감이나 한국 콘텐트를 이 기회에 해외 시장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들었다."

-처음이라 아쉬움도 있을텐데 스스로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은.

"감사하다는 감정이 가장 많다. 매 작품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하다. 이번엔 연기만 한 게 아니라 연출까지 하다 보니까 많은 부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열심히 했다.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들은 나의 한계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오징어 게임' 일정도 남아있고, 체력관리가 필수겠다.

"개인 시간 없을 정도로 이 작품('헌트')에만 매진했다. 책임감이 남다르다. 좀 더 쉴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다 할애해서 잠자는 시간, 부모님 만날 시간, 친구들과 맥주 마실 시간 줄이고 하다 보니까 체력적인 부분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또 '헌트' 개봉 후에는 '오징어 게임'의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토론토영화제도 가야 한다. VIP 시사회가 끝나고도 맥주 한잔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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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전후로 삶이 크게 달라졌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나 이정재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분들을 알아봐 주시는 호응도가 상상한 것의 곱하기 100이다. 내 나이에 해외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 외국 식당에서 서비스까지 얻어 먹을 수 있는 배우가 되다 보니까 그런 현상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개인적인 기쁨이지만 더 잘 만들어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더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동료들에게 축하 메시지 올 때마다 답장하는 게 '다음은 당신이야'다. 그들의 연기와 노력이 꼭 인정을 받길 바란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하여.

"황동혁 감독님께 일부러 묻지 않았다. 완성된 시나리오로 보고 싶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한가지씩 말씀하셔서 강제로 알게 된다(웃음)."

-감독으로서 차기작 계획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다신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기면 써볼까 싶긴 하다.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하진 않고 있다."

-정우성과도 또 함께하는 작품이 있을까.

"그런 여지가 늘 열려있다. '헌트'로 오랜만에 함께 연기 했는데 또 하게 된다면 역시나 무겁고 진지하게 임할 거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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